드디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백신의 긴급사용을 허가하고 8일부터 접종을 개시한다. 화이자 백신은 10년 걸리는 백신 개발을 10개월 만에 마무리한, 역사상 가장 빨리 개발된 백신으로 안전성 우려가 따른다. 하지만 유럽에서 최다 코로나 사망자(6만1000명)가 발생한 영국은 사상 최대 규모의 백신 접종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이날을 전승 기념일을 뜻하는 ‘V-Day’로 이름 지었다.
▷화이자 백신은 3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한다. 영국 정부는 올해 안에 80만 명을 대상으로 1차 접종을 끝낼 계획. 1순위는 의료인과 80세 이상 노인들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94)과 남편 필립 공(99)도 순번에 따라 맞는다. 하지만 요양원 노인들은 좀 더 기다려야 한다. 화이자 백신은 온도 조절이 까다로운 데다 1000개 단위로 포장돼 있어 수십 명이 지내는 요양원으로 백신 묶음을 보내면 900개 넘는 백신은 쓰지도 못하고 버려야 한다. 영국 정부는 안전하게 소분(小分)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백신을 확보한 나라들은 접종 순서를 정하느라 고민이다. 코로나 치료에 필수적인 의료 인력이 우선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나머지는 백신 접종의 목표와 나라 사정에 따라 우선순위가 다양하다. 접종의 목표가 사망자 줄이기일 경우 대개는 노인과 기저질환자들을 우선시한다. 하지만 활동량이 많아 전파 가능성이 높고 백신 부작용은 적은 젊은이들이 먼저라는 반론도 있다. 인도네시아는 18∼59세가 우선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사회 기여도’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사회가 잘 작동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중요한 사람들이 우선이라는 뜻이다. 미국 뉴욕주는 교사, 운전기사, 식료품 점원들이 노인보다 먼저 백신을 맞기로 했다. 백신 임상시험 참가자들을 챙겨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효율 못지않게 중요한 기준이 공정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코로나 피해가 컸던 유색인종들, 호주와 뉴질랜드는 토착 원주민들을 먼저 배려하기로 했다.
▷미국은 10일과 17일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사용 허가를 앞두고 “내년 봄이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은 백신 3종의 구매를 확정해 노인들부터 맞기로 하고 우선순위가 적힌 쿠폰 발행 계획까지 세워두었다. 한국 정부가 구매 계약을 맺은 백신은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아스트라제네카 한 종류뿐이다. 백신 확보도 서둘러야 하지만 어렵게 구한 백신이 공동체 복원의 계기가 되도록 공정하고 효율적인 배분 순서를 정해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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