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사법화로 법치주의에 적신호
反법치적 의식, 법치 몰락의 신호탄
‘선공후사’적인 공직수행 하고 있나
‘검찰개혁’의 미명 아래 1년간 벌어진 법무부 장관의 법치 파괴의 실체는 대통령의 묵시적인 동의 아래 진행된 검찰총장 몰아내기였다. 문재인 정권의 수많은 불법과 비리에 대한 수사가 청와대의 분노를 촉발한 것이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위법적인 직무배제, 감찰, 징계 회부, 직무집행정지 등 직권남용은 법치 준수의 선봉에 서야 할 법무장관의 정상적인 업무 처리와는 정반대였다.
이제 그 종점을 사흘 앞두고 있다. 변호사, 법학 교수 등 모든 법률직업 종사자들이 이 일의 불법성과 부당성을 지적하고 비판해도 막무가내다. 심지어 장관 측근 검사들을 비롯한 검사 대부분이 불법성을 지적해도 마이동풍이다. 이번 개각에서 추 장관을 유임시킨 것은 윤 총장 제거의 임무 완수를 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 추 장관과 윤 총장은 소송전으로 맞서고 있다. 이 같은 정치의 사법화는 코드 인사로 채워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정치화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어 법치주의에 적신호다. 그래서 그 최대 피해자는 우리 법치주의이다.
대통령은 뒤늦게 징계 절차의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위법 속에서 진행된 징계 절차가 소급해서 정당성과 공정성을 되찾는 것은 법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위법의 과실인 징계 사유는 이미 증거능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또 소추자가 심판자를 정하게 한 검사징계법 규정도 위헌이다. 자기 재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쯤에서 대통령의 현명한 결단이 필요하다. 헌정사상 초유의 위법적인 검찰총장 징계 회부를 철회시키고 끝내야 한다. 모두가 사는 최선의 길이다.
법관대표회의에서 ‘판사사찰문건’을 논의한 것도 부적절하다. 심판자가 미리 예단성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은 법관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다. 과거 검찰은 ‘정권의 시녀’ 역할을 하고 국민의 인권을 경시하는 수사 행태를 보여 왔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검찰개혁에 많은 국민이 공감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검찰개혁의 실체가 ‘검찰 장악’이라는 것을 알게 된 국민은 오히려 법치 파괴적인 검찰 장악의 수법에 분노하고 있다.
법치주의는 선출된 권력이 민주적 정당성을 내세워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정치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게 막는 민주주의의 순화 원리이다. 법치가 붕괴하면 민주주의는 순식간에 민주적 독재로 변질되고 만다. 우리의 정치 현실이 바로 그 상태이다. 국회는 야당을 배제한 여당의 독단 입법기구로 변했고, 청와대는 각종 불법사태의 진원지로 감찰과 수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진정한 법은 죽은 권력과 산 권력을 구별하지 않는다. 또 법은 내 편 네 편을 가르지도 않는다. 그래서 법은 공평한 것이다. 법이 공평성을 잃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 법치주의이다. 그런데 문 정부는 산 권력과 내 편은 치외법권에 두라고 한다. 분명한 반법치적인 법의식이고 법치주의 몰락의 신호탄이다. 치외법권을 허용하는 순간 법은 그 생명력을 잃는다.
모든 국가기관은 국민의 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한 한시적인 수권기관이다. 국민의 공감적인 가치인 기본권을 실현하는 것이 사회 통합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법, 행정, 사법권은 언제나 그 권력 행사에서 국민의 기본권 실현을 가장 상위 가치에 두어야 한다.
검찰개혁도 마찬가지다. 진정한 검찰개혁은 기본권 친화적인 검찰이 되는 것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가장 존중하는 방향의 수사권 행사를 검찰의 일상적인 체질로 만드는 것이 검찰개혁의 방향이어야 한다. 죽은 권력과 산 권력을 구별하고, 내 편 네 편을 갈라서 수사하는 검찰권과 결별하는 것이 검찰개혁이어야 한다. 검찰개혁의 허울 속에서 이뤄진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우리 형사사법 제도의 근간을 뒤바꾸는 일은 그 동기가 국민의 기본권 실현과는 무관한 정치적인 것이다.
우리 헌법은 수사기관의 최고 책임자로 검찰총장을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에 근거도 없는 공수처장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뺏을 수 있다는 것은 한마디로 위헌적인 코미디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공수처의 설치를 밀어붙이고 있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 장치라고 스스로 홍보하던 야당의 인사거부권까지 박탈하는 개정안을 다수의 힘으로 통과시키겠다고 한다. 윤 총장 몰아내기에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확실한 정권 호위기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권 교체 후에 안전을 보장받겠다는 심산이다. 이것이 과연 ‘선공후사’를 강조한 대통령의 ‘선공후사’적인 공직 수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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