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9전세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까지 75주 연속 올랐다. 상승 폭(한국감정원 기준, 0.15%)도 3주째 꺾이지 않고 있다. 전세난에 지친 수요자들이 중저가 주택 구매에 나서면서 11월 전국 집값은 0.54% 올라 4개월 만에 상승 폭을 키웠다. 이런 사실을 애써 부인하고 싶어서인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매수심리 진정세가 주춤한 양상”이라는 아리송한 말로 비웃음을 샀다.
더 우려스러운 건 전세난이 월세난으로 번져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전국과 서울 주택 월세는 각각 0.18% 올랐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5년 7월 이후 최대 상승세다. 웬만한 회사원 한 달 치 월급을 줘야 하는 고가 월세가 서울 강남뿐 아니라 강북과 지방 광역시에서도 속출하고 있다. 충북 청주, 경북 포항 등 지방 중소도시도 월세 100만 원 시대를 열었다니 세입자들 허리가 휠 지경이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시장으로 몰리면서 월세 가격이 치솟은 결과다. 여기에다 집주인들이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낼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전셋값 상승분을 월세로 돌리거나 기존 월세를 급격히 올린 영향도 크다. 지난달 주택분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 든 집주인은 66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28% 늘었다. 납부세액(1조8148억 원)은 43% 급증했다. 집주인들은 갑절로 뛴 세금을 내려면 월세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내년 종부세 세율마저 인상되고 정부 계획대로 현재 시세의 70% 수준인 공시가격이 90%까지 오르면 해마다 보유세 부담은 더 늘 수밖에 없다.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앞으로 2∼4년 치 재산세와 종부세를 계산해 그만큼 월세를 받으면 된다”, “전세 세입자에게 반(半)전세로 돌리지 않으면 실거주하겠다고 통보하라”는 집주인들의 글이 공유되고 있다. 실제로 이를 실천하는 집주인이 생기면서 지난달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에서 반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4.5%로 늘었다. 올 1∼10월 이 비중은 10%대 초반에 불과했다.
이는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징벌적 수준의 증세정책을 도입할 때부터 예견됐던 ‘시장의 역습’이다. 집 가진 사람을 겨냥한 세금폭탄이 주거 약자인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부작용이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월세를 올려 세금을 충당하는 집주인의 대응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부동산 문제를 풀 방법은 없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임으로 내정된 변창흠 장관 후보자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변 후보자가 평소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올랐다고 보기 힘들다”, “재개발·재건축은 사실상 공익사업으로 봐야 한다”는 등 시장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임대차 의무 기간을 6년(3+3년)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변 후보자가 장관이 되고서도 이런 생각을 고집한다면 현 정부의 2기 부동산정책도 시장의 역습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걱정한다. 과잉규제와 세금폭탄과 같은 오기의 부동산 정치로 시장을 이기려다가 서민들이 눈물 흘리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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