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 불기소 세트[횡설수설/서영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검찰이 8일 라임자산운용(라임)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술 접대’를 받은 검사 3명 중 1명만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혐의로 기소했다. 모두 536만 원 상당의 향응이 제공됐다고 한다.

▷기소와 불기소를 가른 기준은 향응 수수금액이다. 검찰은 불기소 처분된 검사 2명이 오후 11시 이전에 귀가했으므로 이후 추가된 밴드 팁 등 55만 원을 제외하고 1인당 96만2000원 상당의 접대를 받았다고 계산했다. 처벌 기준금액 100만 원을 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적의 계산법’ ‘검사들을 위한 안전한 술 접대 받기 가이드’ 등의 조롱이 줄을 잇는다.

▷온라인에서는 ‘검사님들을 위한 99만 원짜리 불기소 세트’ 포스터가 만들어져 화제가 됐다. 흔히 알려진 김영란법의 ‘식사접대 3만 원 한도’는 뭐냐는 질문도 꼬리를 물었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1인당 접대 금액이 1회 100만 원 이상이면 형사 처벌 대상이고 접대 한도 3만 원은 소속 기관의 징계 기준이다. 두 검사도 검찰 징계를 받게 된다.

▷n분의 1 계산법은 전체 비용을 인원수대로 나누는 것이고 더치페이는 각자 주문, 각자 계산하는 방식이다. 검찰 계산은 이를 시간대별로 배합한, ‘신박한’ 것이기는 하다. 검찰로서는 두 검사를 기소할 경우 법정에서 당사자들의 항변이 이어질 것임을 의식했을 것이다. 어찌됐건 업자들이 호화 룸살롱에서 술을 살 때는 상대에게 공범의식을 심어주고 보험을 들려는 것임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쥐꼬리만 한 권력이라도 가진 애주가라면 이참에 술은 자비로 마셔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각자 진영논리에 갇혀버린 걸까. 이날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한 반응은 양 갈래로 나뉘었다. 검찰은 술 접대 사실 외에도 김봉현이 10월 자필 입장문을 통해 주장한 ‘검사 술 접대 의혹 은폐’ ‘여권 정치인 표적 수사’ ‘야권 정치인 수사 무마’ 의혹은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근거를 모두 부정한 것이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검사 불기소만 조롱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추 장관의 성급함만을 강조한다.

▷윤 총장은 10월 국감에서 “검사 접대가 사실이라면 사과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깔끔하게 사과하고 당사자들을 징계해야 한다. 하지만 자신들의 정파적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이 문제를 지나치게 과장하고 비약해서 해석하려는 시도 또한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법치주의와 정의’는 누구나 지켜야 할 가치이고 어느 한편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서영아 논설위원 sya@donga.com



#룸살롱#불기소#세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