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 진료 임계치… 코로나 전용병원 필요하다[기고/홍성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1일 03시 00분


홍성진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홍성진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후 의료계와 방역당국은 한결같이 중환자 진료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재난상황에서 급증하는 환자들 특히 중환자를 감당할 수 있는 의료체계의 역량을 재정비하고 확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대규모 환자 발생 시 코로나19 중환자 사망률은 중국 49.0%, 미국 뉴욕시 24.3% 등 지역마다 다르다. 이런 차이는 코로나19 사망률이 중환자 진료의 질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대유행 시 중환자 진료 체계가 얼마나 적절하게 작동했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1, 2차 대유행을 겪으며 중환자 진료 정책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뾰족한 대책은 없다. 공공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중환자 전용병상을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였으나 3차 대유행을 버텨 내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감염병 특성상 비감염 환자에 대한 진료를 병행하려면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음압, 격리시설을 갖춰야 하고, 더 많은 의료 인력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이미 공간 시설 인력 면에서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이 때문에 8월부터 중환자 진료 정책은 “재원 적정성 평가”에 초점을 맞췄다. 여러 의료기관에 분산된 가용 중환자병상을 파악하고, 중증도에 따라 환자를 배정하고, 상태가 호전된 환자를 퇴실시키는 등 보유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입·퇴실 결정에 대한 임상적 근거 부족과 담당 임상의와의 이견, 환자의 동의 여부, 무엇보다 중환자 이송수단이 충분치 않은 이유 등으로 실효성을 상실한 상태다.

현 상황에서 빠른 시일 내에 코로나19 중환자 진료 역량을 확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전용병원(코호트병원)을 지정하는 것이다. 전용병원 운영에 대해서는 3월 대구동산병원에서 교훈을 얻었다. 전용병원은 일반진료를 배제해 감염 관리의 부담이 줄고 중증도에 따라 병상을 적절히 사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환자와 의료진을 한곳에 모아 진료함으로써 다수의 병상 확보와 더불어 의료인력의 효율적 운영이 가능하다.

코로나19가 아닌 환자를 위한 진료체계를 보호·유지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현재와 같이 상급종합병원에 코로나19 환자가 흩어져 있는 경우 감염 관리에 차질이 생기면 병원 전체의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 대형 상급종합병원의 기능 마비는 지역사회와 전체 코로나19 대응에 막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중환자 진료 인력의 추가적인 수급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코로나19 중환자 진료에 따른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의료진 교육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 대신 전용병원에서는 중환자 전문 의료인력과 보조 의료인력으로 팀을 구성해 진료를 실시함으로써 교육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 의료진을 모아 순번제로 근무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진료 부담을 덜어주고 만연한 의료진 번아웃도 해소할 수 있다. 장기화하는 코로나19 사태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중환자 진료 역량 확충’이 가장 중요하다. 정부가 더 늦기 전에 코로나 전용병원 운영에 대한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홍성진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중환자#임계치#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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