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코로나19 방역에 따른 정부의 영업 제한 또는 금지 조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를 위해 임대료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같은 날 한 여당 의원은 집합금지 업종에는 임대인이 아예 임대료를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집합제한 업종에는 임대료의 50% 이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이른바 ‘임대료 멈춤법’을 발의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나라 경제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중에서도 식당 사우나 노래방 등 고객들이 직접 방문해야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자영업자의 고통은 말로 다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매출이 절반 이상 혹은 90% 가까이 줄었어도 이미 정해진 임대료는 꼬박꼬박 내야 하는 이들의 처지에 관심을 갖고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하다. 민간에서 자발적인 임대료 감면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도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법적으로 임대인에게 임대료를 받지 말라고 하거나 의무적으로 절반 혹은 일정 비율을 삭감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임대료는 개인 재산권이다. 임차인의 지급 환경이 어려워졌다고 해서 임대료를 못 받게 하거나 강제로 삭감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 소지가 크다.
법적인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같은 빌딩에 입주해 있다고 해도 어떤 업종에 속하는지에 따라 피해 정도가 제각각일 것이다. 일률적으로 임대료를 삭감해 주는 것은 또 다른 불공정 논란을 부를 수 있다. 소상공인들도 임대인에게 부담을 강제하는 방안은 별로 반기지 않는 분위기라고 한다. 지속적으로 임대차 계약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갑’인 임대인과 갈등이 생길 경우 어떤 불이익을 받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덜어주자는 취지는 좋지만 정부가 이를 강제해 국민을 임대인과 임차인을 대립시키고 착한 임대인과 나쁜 임대인으로 갈라치기해서 사회적 갈등만 키우는 결과가 나오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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