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특별히 기억나는 해가 있다. 올해는 많은 사람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여행은 물론 모임도 조심스러운 2020년 연말, 함께하면 좋을 책을 소개해 본다.
18세기 프랑스 직업 군인이었던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는 42일간 가택연금형을 받게 되자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의자, 침대, 빵과 커피, 편지 등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을 하나씩 끄집어내어 ‘내 방 여행하는 법’을 썼다.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즐거움은 목적지보다 여행하는 심리에 더 좌우될 수 있다는 통찰을 이 책이 준다고 평가했다.
떠나지 않아도 여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또 다른 책은 ‘여행준비의 기술’(박재영)이다. 이 책에는 지금까지 여행해본 곳과 가고 싶은 곳을 구글 지도에 별을 찍어 즐겁게 노는 방법과 여행습관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방법 등을 유쾌하게 보여준다.
커리어에 대한 불안감이 자신만의 고유한 장점을 모르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고 싶다면 진로심리학자 이항심의 ‘시그니처’를, 직장을 다니면서 자기만의 ‘부캐’(부 캐릭터)를 만들어 보고 싶다면 ‘나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최재원)를 통해 연말에 나만의 프로젝트를 시도해보자.
스스로를 괴롭히는 마음을 토닥이고 싶다면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허지원)를 권하고 싶다. 사회 문제로 눈을 돌려 불확실성의 시대에 성인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고, 왜 청년들이 성인이 되지 못하는지를 알고 싶다면 ‘커밍 업 쇼트’(제니퍼 실바)를, 바이러스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현장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생생하게 듣고 싶다면 감염병 전문의사 이재갑과 과학전문기자 강양구의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를 읽어보자.
30대의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면 ‘질풍노도의 30대입니다만’(김희성)을, 40대 이후 새로운 것을 하고 싶어도 늦었다고 느낀다면 리사 콩던의 ‘우리는 매일 새로워진다’를, 50대에 자기만의 재미에 빠져보고 싶다면 ‘요즘 덕후의 덕질로 철학하기’(천둥)를 읽어보자.
‘고단해도 집밥’(홍여림)을 보고 마음에 드는 요리를 연말에 직접 해보면 어떨까. 칵테일에 얽힌 일화도 읽고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면 ‘일러스트 칵테일북’(오 스툴)을 보자.
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환자에게 책을 ‘처방’하는지, 연말 독서 결산은 어떻게 하는지, 독서가 마음의 근육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보고 싶다면 ‘정신과 의사의 서재’(하지현)를, 독서가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한 방송작가의 책일기를 훔쳐보고 싶다면 ‘살아있는 한, 누구에게나 인생은 열린 결말입니다’(강의모)를 읽어보자.
글을 써보고 싶다면 앤 라모트의 ‘쓰기의 감각’을 추천한다. 왜 이 책의 원제가 “한번에 새 한 마리씩(bird by bird)”인지를 알고 나면, 글쓰기가 어렵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책 한번 써봅시다’(장강명)에서 작가는 “나 같은 게 무슨 책을…” 혹은 “이런 책, 나도 쓰겠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욕망에 무엇이 자리하고 있는지, 그리고 직접 써봐야 잠재력을 알 수 있으니, 당신도 책을 써보라고 용기를 주고 안내한다.
필명이 ‘치즈고등어’인 한 직장인은 비서로서 자신의 경험을 살려 소셜미디어에서 투자를 받아 ‘현실에 그런 비서는 없습니다’를 독립 출판했다. 삼십대에 회사를 나온 뒤 더 넓은 세상에서 실험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강혁진 작가의 ‘마케터로 살고 있습니다’ 역시 자신의 직업 경험을 정리한 것이다.
읽었던 책을 연말에 다시 읽는 것도 좋다. 나는 9년째 연말이면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클레이튼 크리스텐슨, 제임스 올워스, 캐런 딜론)를 읽으며 한 해를 돌아본다. 올해도 책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의 좋은 운을 기대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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