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2021년 경제정책방향’ 보고회를 열고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3.2%로 제시했다. 국내외 기관들의 예상치보다 높은 데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격상을 고려하지 않아 얼마나 실현될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정부는 재정확대를 강조하면서 민간의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한 뚜렷한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내년에 공공과 민간 합해 11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인데 공공투자는 공공주택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중심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반면 민간 분야는 28조 원의 기업투자 프로젝트를 지원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이렇다 할 투자 계획을 확보하지 못했다. 또 온라인 소비쿠폰 등을 지급하겠다는데 내년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섣불리 소비 활성화 정책을 썼다가 방역과 경제 둘 다 놓칠까 걱정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한국 경제는 빈사 상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1%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5.1%) 이후 2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일자리도 계속 줄고 있다. 취업자 수가 9개월 연속 줄어 외환위기 이후 가장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정부는 재정을 풀어 104만 개 공공일자리를 만들겠다지만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 질 좋고 지속가능한 일자리는 역시 민간에서 나와야 한다.
문 대통령은 어제 “경제 3법이 기업을 힘들게 하는 게 아니라 기업을 건강하게 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길이라는 긍정적인 인식을 가져 주길 바란다”고 했다. 기업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발언이다. 여당은 기업에 큰 부담을 안기는 ‘경제 3법’으로도 모자라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위배 지적을 받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까지 추진하고 있다. 반면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기업규제를 완화하는 입법은 손도 대지 않고 있다.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규제들을 혁파하고 기업들의 기를 살리지 못한다면 내년에도 경기 회복은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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