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말 서울 종로구청에서 한국인 여성과 함께 혼인신고를 했다. 바로 그날 밤 아내는 터키로 향하는 비행기에 탔다. 결혼할 배우자에게 말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야. 우리 둘뿐이라면 행복하게 살 수 있지만 우린 가족들도 있잖아. 나는 당신 가족을 만났고, 나 혼자 있어도 당신 가족과 재미있게 살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어. 당신도 나 없이 터키에 가서 내 가족이랑 같이 살아보는 건 어때. 그러면 우리가 앞으로 더 행복할 거야”라고 했다. 일종의 도박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 파혼의 가능성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배우자는 기꺼이 터키에 가서 나 없이 나의 가족과 몇 주를 함께 보냈다.
결혼 7년 차에 이른 지금 많은 사람이 묻는다. “국제결혼이 매우 힘든 일인데, 너희 부부는 어떻게 해냈어?” 그리고 이 이야기의 자초지종을 들은 사람들은 아내가 터키에 혼자 가서 가족과 시간을 보낸 것이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한다. 행복의 비결을 따져보면 더 큰 신의 한 수가 있었다. 우리 가족에겐 ‘결혼의 3대 원칙’이 있었고, 그걸 잘 지켰다. 그 원칙이란 ‘눈물’ ‘사과’ 그리고 ‘용서’다.
울 줄 모르는 사람은 결혼해선 안 된다. 남자들은 “눈물이 여자들의 무기야”라고 해놓고, 여자들은 “완벽한 남자는 울면 안 된다”라고 말하면 안 된다. 한 도시의 안전을 위해 소방서가 있듯이 결혼의 안전을 위해 눈물이 있어야 한다. 물이 몸을 씻듯이 눈물도 우리의 마음을 씻는다. 눈물은 가정에서 일어난 화재를 없애는 물이다. 뺨이 젖어 있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더 큰 배려심을 갖게 된다.
사과는 인간 존엄의 문제다. 사과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결혼해선 안 된다. 인간은 불완전해서 언제나 실수할 수 있지만 그 실수를 갚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사과이기 때문이다. 사과할 줄 아는 사람은 실수도 덜 한다. 반면 “난 완벽한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실수가 많고, 그 실수들을 다 갚지 못하니, 행복을 향해 가다 길을 잃은 여행자의 신세와 비슷해진다.
그리고 마지막 가장 중요한 규칙, 용서다. 용서를 못 하는 사람은 부인이나 남편에게 마음 한구석에 반감을 갖게 된다. 그 반감들이 쌓이니 사랑이 없어지고, 미운 감정이 나타난다. 결국은 상대방이 자신의 눈에 적으로 보인다.
이 세 가지 규칙을 포장하는 아름다운 규칙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인내심’이다. 인내심은 성숙한 과일을 먹을 수 있게 만드는 태양의 빛이다. 이 빛을 손으로 잡을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어두운 길에서 나아갈 방향을 찾을 수 없다. 결혼 후에도 행복을 잡지 못할 수 있다.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결혼 생활은 오래 지속되는 마라톤이다. 오늘은 짜증나고 화가 날 수 있지만 내일은 더 행복할 수 있다.
특히 국제결혼을 한 부부들에게는 ‘결혼 선배 부부 임명하기’를 추천한다. 국제결혼이면 어려운 점들이 많을 것이다.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변수가 다른 부부들에 비해 훨씬 더 많다. 아무리 현명해도 아무리 서로 사랑한다고 해도 예상치 않은 문제들이 중간중간에 발생하다 보니 힘이 빠질 수도 있다. 그러니까 부부들이 자기보다 먼저 결혼했던 ‘선배 부부’를 일종의 심판이자 감독으로 임명해야 이 ‘선배 부부’가 안전장치로서 문제들을 흡수해줄 수 있다. 특히 이 선배 부부가 같은 문화권이라면 금상첨화다.
우리 부부에게도 12년 결혼 생활을 꾸려가는 선배 부부가 있다. 2002년 결혼한 한국 아내-터키 남편 부부다. 아내를 결혼 전 터키에 보내자는 아이디어도 그분들에게서 나왔다. 결혼 7년 동안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그들이 선배로서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정확한 지적을 해준다. 문제를 극복하는 데 신의 한 수 역할을 했다. 한국에서 결혼 생활을 행복하게 유지하는 국제결혼 커플이 많아진다면 한국의 다문화와 국제화에도 더 큰 기여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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