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개편의 명암[횡설수설/신연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9일 03시 00분


2016년 여름, 폭염으로 전기사용량이 크게 늘자 정부는 ‘개문냉방’ 단속에 나섰다. 문을 열어 놓은 채 에어컨을 틀고 장사하는 가게들을 적발해 최고 300만 원의 과태료를 물린 것이다. 그러나 단속할 때뿐 개문냉방은 계속됐다. 정부가 자영업자의 냉방 온도까지 간섭한다는 논란도 일으켰다. 가격이라는 시장원리를 이용하지 않고 단속만으로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은 전기요금이 싼 편이다. 지난해 국제에너지기구(IEA) 발표에 따르면 1인당 전기요금이 세계 주요 28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저렴했다. 일본의 전기료는 한국의 2배이고 전기 생산용 석유가 생산되는 미국도 한국보다 비싸다. 질 좋은 전기를 값싸게 이용하는 것은 좋지만 문제도 있다. 에너지 소비 왜곡으로 인해 국가적 세계적으로는 자원낭비와 환경오염이 심해지는 것이다.

▷1차 에너지원인 석유나 석탄으로 난방을 하면 에너지 전환 손실률이 10∼20%다. 석유나 석탄으로 만든 전기로 난방을 하면 손실률이 60%로 늘어난다. 그런데 한국 농가는 석유 대신 전기보일러로 바나나를 키운다. 전기 값이 석유 값보다 싸기 때문이다. 농가는 좋을지 모르지만 국가 자원이 낭비되는 것은 물론이고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엄청난 온실가스가 발생해 기후변화를 촉진한다. 2차 에너지원인 전기를 펑펑 써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정부와 한국전력이 7년 만에 전기요금 개편안을 발표했다. 다음 달부터 석유 석탄 등 연료 가격의 변동을 전기료에 반영하고, 기후·환경 비용을 분리 고지하는 내용이다.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국제유가가 싼 지금은 전기요금이 내리겠지만 유가가 오르면 전기요금도 올라갈 것이다. 정부는 상한선을 둬 4인 가구 평균 350kWh일 때 월 최대 1750원 이상 오르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1, 2인 가구의 전기요금도 오른다. 월 소비량이 200kWh 이하인 가구에 대해서는 필수사용공제라고 해서 4000원을 깎아줬는데 그 제도를 폐지했다. 전기를 적게 쓰는 취약계층을 위해 만든 제도인데 오히려 중상위 계층에 혜택이 많이 간다는 이유에서다.

▷전기요금 인상은 기업들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 산업면에서도 에너지를 많이 쓰는 국가다. 물건 1개를 만들 때 선진국들은 1의 에너지를 쓴다면 한국은 4, 5배의 에너지를 쓴다. 전기요금이 오르면 생산비가 높아져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정부와 한전은 당장 기업들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다양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에너지 절감 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
#전기요금 개편안#한국전력#에너지 전환 손실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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