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의 대북전단금지법 강행처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의회 산하기구의 한국 인권에 대한 청문회 예고,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재고 권고에 이어 영국 의회에선 자국 정부의 개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비판 사설을 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한국 내정(內政)에 대한 훈수성 간섭”이라고 반발했다. 이낙연 대표 등 지도부는 미 의회를 향해 “유감스럽다”고 했다.
국제사회의 비판에 ‘내정간섭’이라는 정부 여당의 대응은 군색하다 못해 졸렬하다. 인류 보편적 가치이자 우리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문제를 놓고 내정, 외정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외부의 인권탄압 비판에 늘 ‘주권침해’ 운운하던 북한 중국 같은 독재국가, 나아가 과거 우리 군사정권이 내세우던 논리와 다를 게 없다. 그런 내정간섭 덕분에 오늘날 한국의 민주주의도 가능했음을 상기하면 이런 자가당착이 없다. 오죽했으면 김대중·노무현 정부 고위직을 지낸 외교전문가마저 정부 논리가 “빈약하고 조잡하다”고 일갈했을까.
통일부는 지난주 배포한 자료에서 “일부 탈북자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묻힌 물품을 살포하자고 선동해 북측이 강력 반발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한때 인터넷에 떠돌던 얘기까지 끄집어내 우리 국민인 탈북민을 비난하는 소재로 삼은 것이다. 민주당은 어제 접경지역 주민들과 간담회를 열며 국민의 생명·안전을 위한 조치임을 내세웠다. 북한정권의 반발에 따른, 이른바 ‘김여정 하명법’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한 프레임 전환 의도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눈 돌리기가 보편적 가치 침해라는 본질을 감출 수는 없다.
전단금지법 파장은 일시적 역풍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국내적으로 위헌 소송에 휘말리고 국제적으로 손가락질받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정부의 향후 대외관계에 실질적인 난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시하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독재자들과의 친분을 자랑하는 전임 시절과는 전혀 다른 외교를 예고하고 있다. 한미 동맹, 나아가 북핵 해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제라도 문재인 대통령이 거여(巨與)라는 힘의 가치를 맛보려다 가치의 힘을 돌아보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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