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실패’보다 ‘정부의 실패’가 크다[동아광장/최종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2일 03시 00분


경제원리 역행하는 과도한 시장 개입
기업규제-재산권 침해에 무감각하고
정책 실패로 국가 부채 크게 불어나
안전망 확충 등 시장보완에 중점둬야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국가 주도의 다양한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 52시간제 도입, 정부 조직과 공기업의 대규모 증원 등이다. 아파트 가격과 전월세 가격 안정을 위해 20여 차례 대책도 발표했다.

그러나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됐다. 고용은 줄어들고 경제적 격차는 더 커졌다. 국가 부채는 사상 최대로 늘어났다. 부동산 가격은 아파트, 빌라, 단독주택까지 모두 상승하고 전월세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정책결정자들의 경제의식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현실에 맞지 않은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보는 잘못된 경제의식을 살펴본다. 가장 흔한 예가 가격 결정에 대한 오해다. 상품 가격이 상승하면 많은 사람이 가격 규제와 원가 공개를 요구한다.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분양가 원가 공개, 전월세 가격 상한제가 대표적인 예이다. 가격 규제나 원가 공개의 논리적 배경은 “가격은 원가에 적정한 이익을 더하여 결정되어야 하고 과도한 이익은 정부가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것이 경제원리다. 금 가격이 원가에 의해 결정되는가? 가격이 안정되려면 공급이 늘어나거나 수요가 줄어들어야 한다. 그동안 부동산 대책이 실패한 것은 경제원리를 역행하였기 때문이다. 양질의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오르는데 재개발 재건축을 규제하여 오히려 공급을 줄였다. 전월세시장을 안정시키려면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

기업의 영리 추구에 대해 반감이 많다. 기업의 존립 목적은 무엇인가? 최근 환경보전 등에 관심이 늘어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해졌다. 그러나 영리 추구라는 기업의 근본 목적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목적이 영리 추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40%가 안 되고 소비자 이익 증대 등 공익 기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다. 이와 같은 기업관에서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가 남발된다. 건설회사가 아파트로 폭리를 취한다고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했다. 그러면 아파트 미분양으로 수많은 건설회사가 도산했을 때 정부가 회사에 보상해 주었나?

사유재산권 침해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이 별로 없다. 정치인들은 코로나19로 임차인이 어려우니 임대료를 감면하는 법을 만들겠다고 한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중소기업이 어려우니 이자를 감면토록 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 기업이나 부자의 재산권은 정부가 침해해도 무방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기업이 자유롭게 영리를 추구할 수 있도록 재산권을 보호하고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기업에 고통분담을 유도하되 과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기업은 기업활동으로 고용을 늘리는 것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다.

시장 기능은 불신하면서 정부에 대해서는 과신한다. 정부가 민간보다 서비스를 잘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더 효율적이어서가 아니라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공공 임대주택이 저렴해 선호한다. 그러나 공공 임대주택이 저렴한 것은 엄청난 재정을 투입하기 때문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부채가 132조 원이고 서울주택도시공사는 2014∼2019년 임대주택으로 인한 손실이 2조 원이다.

공기업은 도산 염려가 없어 비효율이 많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고용 증대란 명분으로 증원만 장려하고 경영 개선에는 관심이 없다. 2016∼2020년 270여 개 공공기관 인원은 27% 증가한 반면 당기순이익은 15조 원에서 6000억 원으로 급감하였다. 방만한 재정지출의 부작용은 결국 국가 부채로 나타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국가 부채는 200조 원 증가하여 부채비율은 2017년 국내총생산(GDP)의 36%에서 2020년에는 44%로 급증하였다.

현 정부는 미래세대에 엄청난 빚을 넘기고 있다. 국가 주도의 공산주의가 망한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시장의 실패보다 정부의 실패가 더 크다. 정부 규제 위주의 소득정책과 부동산정책의 실패, 국가 부채의 급증 등이 그 예다. 국가는 시장 기능이 할 수 없는 사회안전망 확충,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효율적인 경제 운용을 하려면 공직자는 물론 국민들이 올바른 경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학교와 시민교육을 통해 시장경제, 사유재산권 보호, 정부의 역할과 한계 등 경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문재인 정부#경제정책#국가 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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