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문회서 자격미달 확인된 변창흠, 자진사퇴가 정답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4일 00시 00분


어제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국민의 마음과 아픔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2016년 광진구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와 관련한 망언을 사과했다. “걔(희생자 김군)가 조금만 신경 썼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던 것”이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시절 발언이 공분(公憤)을 일으킨 걸 의식한 태도다. 하루 전 변 후보자는 정의당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농성장을 찾아 “건설, 국토 일만 하다 보니 교통 분야를 잘 몰랐다”고 사과했지만 대상과 내용 모두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장관 자격을 의심케 하는 변 후보자의 과거 언행은 청문회에서 거듭 문제가 됐다. 공유주택 사업과 관련해 “못사는 사람들이 밥을 집에서 해먹지 미쳤다고 사 먹느냐”고 했던 무주택 서민 비하 발언에 대해 “여성은 화장이라든지, 이런 것 때문에 아침을 같이 먹는 게 조심스럽다”고 설명하는 바람에 시대착오적 성차별 인식을 갖고 있다는 논란이 일었다.

SH 사장 시절 지인들을 과도하게 채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전횡했다면 노조에서 가만히 있었겠는가”라며 부인했지만 개방형 고위직의 3분의 1을 학연, 직연으로 얽힌 인물들로 채운 데 대한 설명이 되진 않는다. 자동차세, 주정차 위반 과태료 등을 10차례 이상 미납한 데 대해선 “바빠서 확인 못 해 생긴 일”이라 했지만 차가 여러 차례 압류될 때까지 세금을 제대로 안 냈다는 건 상식을 갖춘 일반인 시각에서 준법의식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흠집 많은 인사를 꼭 써야 한다면 탁월한 정책능력과 소신이라도 갖춰야 하지만 그가 사장을 맡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통령이 방문한 공공임대 아파트 인테리어, 행사비에 4억3000만 원을 쓴 걸 보면 대통령의 눈을 가려 판단을 그르치게 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에도 비판 여론을 거슬러 부적격자를 장관으로 임명한다면 부동산 정책 실패에 실망해 이탈하는 지지층을 돌려세우긴 어려울 것이다. 왜 국민들 사이에서 “24전 24패 김현미 장관이 차라리 낫겠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변 후보자가 우리 사회나 국가에 대해 도리를 지킬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스스로 사퇴를 하는 것이 최선이다. 만약 본인이 사퇴를 거부한다면 빨리 지명을 철회하고 복잡한 부동산 문제를 풀 능력과 공직자로서 충분한 도덕성을 갖춘 새 인물을 찾아야 한다.
#변창흠#자격미달#국회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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