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수사 불가피한 이용구 사건, 이해충돌 차관직무 회피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5일 00시 00분


이용구 법무부 차관에게 폭행당한 택시기사의 경찰 진술이 사흘 만에 바뀐 사실이 드러났다. 기사는 지난달 사건 당일엔 “이 차관이 (주행 중에) 목을 잡았고, 문을 열려다 제지하니 욕설을 했다”고 말했다가 사흘 뒤 “목적지에 정차한 뒤 깨우려고 할 때 멱살이 잡혔다”고 번복했다고 한다. 최초 진술대로면 이 차관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죄를 적용받아야 한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도 무조건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는 죄목이다. 그러나 택시기사의 진술 번복으로 경찰은 특가법 대신 단순 폭행죄를 적용했고, 기사가 처벌을 원치 않아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도 특가법 적용 대상이라고 보고했고, 최초 진술도 같은 취지였는데 경찰이 사건 처리를 미룬 과정부터 석연치 않다. 야당 의원이 진상규명을 위해 경찰에 폭행사건 당시 ‘112신고 녹취록’ 제출을 요청했는데 경찰은 “사생활 침해”라며 거부했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사생활 보호가 진상규명보다 우선이란 말인가. 황당하기 그지없는 이유다.

이 차관 폭행 의혹에 대한 시민단체의 고발 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에 배당됐다. 사건 재수사가 불가피해졌다. 검찰사무를 지휘·감독할 수 있는 법무부의 차관이 가해자인 만큼 검찰 수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차관의 직무 수행이 검찰 수사와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이유다. 이런 상태로는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배우자 사건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해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조 전 장관이 검찰 수사에 관여할 수 있어 수사의 공정성 훼손이 우려된다고 본 것이다. 이번 사건은 이 차관 주변인이 아니라 본인이 연루된 것이다. 국민권익위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이해충돌 여부를 철저하게 따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이 차관 스스로 사적이해 관계자임을 법무부장관에게 밝히고 자진해서 직무 회피하는 게 도리다.


#재수사#불가피#이용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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