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인공지능이 기상예보관이 된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6일 03시 00분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2016년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이세돌 9단이 구글의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5전 3선승제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연속 3번 패한 것이다. 이후 이 9단이 4국에서 신의 한 수라 불리는 수를 두며 한 대국을 잡아내 인류의 체면을 세웠지만 결국 세기의 대결 결과는 1승 4패, 인공지능의 승리로 마감됐다.

세기의 대결 이후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날씨 예보야말로 인공지능이 가장 잘 활용될 수 있는 분야”라며 다음 목표를 제시했다. 실제 일기예보는 수년간 가장 빠르게 인공지능의 기술 파고를 실감하고 있는 분야다. 2월 구글이 인공지능을 이용해 개발한 기상 예측 모델 ‘나우캐스트’는 인공지능이 예보 분야를 얼마나 발전시킬 수 있는지 잘 보여준 사례다. 당시 기자회견장에서 구글은 나우캐스트를 소개하며 5분 만에 6시간 뒤 날씨를 예측했다. 나우캐스트는 기상레이더와 위성사진 등을 모아 유넷(U-Net)이라는 신경망을 통해 기상 예측 정확도를 향상시켰다. 기존 기상 예보가 만들어지기까지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분석에만 6시간 가까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실로 놀라운 기술의 발전이다.

장기 전망에서도 인공지능이 성과를 내고 있다. 함유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새로운 엘니뇨 예측 모형을 만들어냈다. 이 모델은 농작물 피해 등을 사전에 예측함으로써 세계적인 곡물 가격 변동 등에 대응하는 등 다각도로 활용이 가능하다.

전통적인 날씨예보의 경우 수치모델과 기상예보관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새로운 기후 패턴이 많아지면 기존 예보모델로는 이에 대처할 수 없기 때문에 오보도 많아진다. 기상이변이 많아지는 이런 다양한 기후패턴을 인공지능을 통해 보완한다면 지구온난화에 대처할 수 있는 보다 정확도 높은 예보가 가능할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은 날씨예보뿐만 아니라 실제 우리 생활을 예측하고 관리해주는 다양한 환경 분야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은 미세먼지 같은 환경요소를 관측하는 측정기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활용되는 것이다. 기계와 전자 기술에 의존하던 기존 측정 기술이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과 만나면 우리는 기상 예측 데이터를 더 정확하게 보정할 수 있다. 우리가 생활하는 다양한 공간의 사용 목적, 재실자 수 등 사용자의 행동패턴을 분석해 가장 생활하기 쾌적한 환경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냉난방 장치와 환기 장치의 효율적 가동에도 인공지능 기술이 활발히 적용되어 많은 에너지를 절약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기상과 환경 분야에서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것이다. 현재 우리는 새로운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부분에서는 조금 뒤처진 것으로 평가받지만 인공지능 기술을 기상과 환경 분야에 적용해 다양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개발한다면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인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경쟁력을 얻게 될 것이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인공지능#기상예보#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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