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전야의 음식[스스무의 오 나의 키친]〈85〉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8일 03시 00분


뉴욕 새해 전야 행사 장면.
뉴욕 새해 전야 행사 장면.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새해 전야는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낸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신년을 축하하려고 다 함께 근거리 이동을 하거나 국경을 넘어 바다를 건너는 것이 힘든 상황이다. 최근 백신이 승인되고 접종이 시작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나는 새해 소원으로 지난 1년간 미뤄 온 여행을 갈 수 있도록 기도할 것이다. 에콰도르 사람들은 새해 소원으로 빈 여행 가방을 들고 골목을 돌아다닌다. 돈과 시간이 주어져야 가능한 여행에서 삶의 여유와 행복, 소원을 담아내는 소박함이 느껴진다.

113년 동안 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에서는 새해 전야의 상징인 ‘볼 드롭’ 행사가 장관을 이룬다. 약 100만 명이 거리에 서서 시계 초침에 맞춰 수를 세고 이어지는 불꽃놀이와 노래, 포옹과 키스를 하며 새해를 밝힌다.

요리사인 나에게는 1년 중 가장 바쁜 날로 두 좌석씩 특별 코스로 준비한다. 자정 전에 식사를 마쳐야만 시간에 맞춰 샴페인 코르크 터지는 소리로 실내를 가득 채울 수 있다. 나는 그때쯤이면 너무 지쳐서 침대에 쓰러지는 것만 생각할 뿐이었다. 하지만 젊은 요리사들은 파티를 위해 타임스스퀘어로 향했고 낯선 사람들과의 포옹과 키스를 은근히 기대하는 듯했다. 로마 시대부터 수천 년 동안 존재해 왔던 행사로 유럽인인 그들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을 단체로 흥얼거리는 날이기도 했다. 나는 학교 졸업식 날 “오랫동안 사귀었던∼” 하고 눈물로 불렀던 노래지만.

새해로 기록된 가장 오래된 축제는 약 4000년 전 고대 바빌론에서 시작됐다. 이란은 봄과 부활을 위한 2주간의 축하 행사 ‘노루즈(Nowruz)’를 오늘날에도 하고 있다. 1월 1일을 그해의 첫날로 정한 사람은 기원전 46년 율리우스 카이사르 황제였다.

새해를 기념하는 방법은 정말 다양하다. 덴마크는 우정의 표시로 서로의 현관에 접시를 던진다. 누가 가장 많은 친구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깨진 접시를 그대로 두어 우정을 과시하는 것이다. 로얄 코펜하겐 같은 고가의 접시가 아니길 바라지만….

스페인과 몇몇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는 톱니바퀴 돌아가는 시계 소리에 맞춰 12개월을 의미하는 포도알 12개를 먹는다. 독일에서는 모든 사람이 ‘크라펜(Krapfen)’이라 부르는 젤리나 초콜릿으로 채워진 도넛을 먹는다. 동양에서는 떡과 국수로 장수를 기원한다. 돈을 상징하는 동전 또는 팥을 넣어 만든 음식은 모두 부귀영화를 상징한다.

미국 남부에서 시작된 새해 음식 ‘호핑 존(Hopping John)’은 북미로 끌려온 아프리카 노예들의 소망을 대변한다. 1863년 1월 1일 자유인이 된 그들의 기념 음식으로 동전, 달러, 금을 상징하는 검은 눈 완두콩, 초록색의 케일, 황금빛 옥수수 빵과 함께 먹는다.

올해는 모두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는 전야제가 될 것이다. 새해에는 더 건강하고 행복한 일이 가득했으면 한다.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새해#전야#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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