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립성과 역량 모두 갖춰야 공수처장 자격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9일 00시 00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로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이 어제 최종 추천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중 한 명을 지명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초대 공수처장에 임명된다. 인사청문회가 최대 20일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내달 중순에는 공수처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장은 무엇보다 정치적 중립성이 중요하다. 검사 출신인 이 부위원장은 현 정부에서 차관급인 현 직위에 임명됐고 그에 앞서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중립적인 인물이라고 보기 어렵다. 판사 출신인 김 선임연구관은 정치적 성향을 알 수 있는 이력이 충분하지 않다. 다만 현 정부에서 법무부 인권국장에 지원했으나 친조국 인사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 황희석 변호사에게 밀려 탈락한 적이 있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공수처를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의 경험과 역량도 중립성만큼이나 중요하다. 이 점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초대 공수처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공수처의 성격도 결정된다. 공수처장은 우선 대통령에게 공수처 차장의 임명을 제청한다. 이후 차장, 자신이 위촉한 1명, 여야가 추천한 각각 2명씩과 함께 인사위원회를 구성해 검사를 임명 제청한다. 처장 측이 3명으로 가장 많다. 변호사 경력 7년만 있으면 수사나 조사 실무를 해보지 않았더라도 공수처 검사가 될 수 있게 법이 개악됐다. 처장이 중립적인 인물이 아니면 공수처가 민변 변호사 출신으로 채워지는 것을 막기 어렵다.

국민의힘 추천위원 2명은 표결에 불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을 바꿔 야당의 비토권을 배제함으로써 처장 후보 추천의 정당성을 결정적으로 훼손했다. 그럼에도 후보가 추천된 이상 처장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할 마지막 기대는 대통령에게 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스스로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이 생명”이라고 말했다. 처장 지명에서부터 그 말을 실천해야 한다. 그 기준에 맞는 후보가 없으면 새로운 후보 추천을 요구하는 것도 대통령다운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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