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연민의 산물인 경우가 많다. 그 연민의 대상에 작가 자신이 포함되면 진실성은 배가된다. 2020년도의 전미도서상(번역문학 부문)을 수상한 유미리의 소설 ‘우에노역 공원 출구’는 예술이 가진 그러한 속성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도쿄 우에노역 주변에 살던 노숙자가 주인공인 소설이 어째서 작가 자신을 위한 연민의 산물일까. 그도 어렸을 때 유사한 경험을 했다. 재일교포인 그는 한국인도 아니고 일본인도 아니었다. 학교에 가면 아이들이 ‘세균’이라고 놀렸다. 그가 배식을 담당하는 날이면 아이들은 음식 먹기를 거부했다. 그런 차별에 가난까지 얹히니 어디에도 속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작가는 “노숙자들이나 사회의 변두리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쓸 때면 은유적인 의미에서 노숙자였던 자신의 유년 시절에 대해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설의 주인공이 처음부터 노숙자였던 것은 아니다. 고향 후쿠시마에 아내도 있고 자식도 있었다. 가난이 문제였다. 그는 고향을 떠나 돈을 벌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37년의 결혼생활 중 아내와 같이 있었던 기간은 다 합해야 1년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희생이어서 견디며 살았다. 그런데 아들의 죽음에 아내의 죽음까지 겹치자 그는 무너졌다. 더 이상 누군가를 위해 돈을 벌 필요가 없었다. 그가 기차역 근처에서 노숙을 하게 된 이유다. 다른 노숙자들도 저마다 사연이 있을 터였다. 그들은 이따금 경찰들이 ‘수색작업’을 시작하면 어딘가로 피했다가 괜찮아지면 다시 역 주변으로 모여드는 일상을 반복했다. 그들은 밀려나고 또 밀려났다. 주인공은 그러한 삶을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작가는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 버림받은 생명들을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빌려준다. 은유적인 의미의 노숙자였던 경험이 그를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작가로 만들었다. 세상을 더 크고 넓게 바라보면서 연민의 방향이 자신에게서 타자에게로 바뀌었다. 그 변화가 고맙고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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