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후임으로 판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3선 국회의원 박범계 의원을 내정했다.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에는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을 지명했다.
박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민정비서관과 법무비서관을 지낸 강성 친문 인사다. 판사 시절 우리법연구회에서 활동했다. 그가 장관이 되면 이용구 차관과 함께 법무부 장차관을 모두 우리법연구회 출신이 차지하게 된다. 박 의원은 지난해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발생한 충돌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차관은 택시기사 폭행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법무부 장차관이 나란히 이해충돌 문제를 빚을 수 있다.
박 의원은 최근에도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비판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이상한 억양’ 운운해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등 국회에서 말을 함부로 해 논란이 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추미애 전 장관이 빚은 혼란은 검찰개혁에 대한 왜곡된 신념 외에 개인적 인성(人性)에서 비롯된 측면이 적지 않다. 추 장관이 사퇴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경질된 만큼 경질의 의미를 후임자는 유념해야 한다.
공수처장은 수사 역량과 정치적 중립성이 중요하다. 김 선임연구관은 수사 경험이 1999년 조폐공사 특검에서 수사관을 맡은 것밖에 없고 판사 경력도 3년에 불과하다. 그의 정치적 성향을 알 수 있는 이력은 충분치 않으나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한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의 비서실장을 지냈고 박근혜 대통령이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를 지명했을 때 반대운동을 주도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법무부 인권국장 공모(公募)에 응한 적이 있다. 그가 공수처장을 맡을 역량과 정치적 중립성을 갖고 있는지 국회에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새해 공수처가 출범하면 형사사법체제는 법무장관-검찰총장 이두(二頭)체제에서 법무장관-검찰총장-공수처장 삼두(三頭)체제로 바뀐다. 추 장관이 임명된 올 1월 이후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으로 헌정 사상 처음 보는 큰 혼란이 빚어졌다. 새 형사사법체제에서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되는 것만으로도 많은 혼선이 예상된다. 새 법무장관과 공수처장, 윤 총장은 새 형사사법체제의 원만한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