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당 내부에서 분출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론에 선을 그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29일 화상 의원총회에서 ‘호시우보(虎視牛步·호랑이처럼 살피고 소처럼 뚜벅뚜벅 걷는다)’의 자세를 강조했다. 정부 여당이 윤 총장과 대립하는 정국이 계속되는 건 국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언행에 신중하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최근 지지율 하락으로 위기감이 엄습한 모습이다. 김 원내대표는 “지금 검찰개혁, 백신, 부동산 문제가 겹쳐서 지지율이 좋지 않다. 내년 4월 보궐선거가 있는데 핵심적 지지 기반인 30, 40대 이탈이 두드러져서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로 30대 민주당 지지층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리얼미터가 28일 발표한 당 지지율 조사에서 30대의 민주당 지지율은 27.5%로 한 달 전 조사 결과(40.5%)보다 13%포인트나 폭락했다. 이번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부정평가도 취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마찬가지로 30대 지지율이 지난주 대비 10.2%포인트 떨어졌다.
정부 여당의 핵심 지지층인 30대가 등을 돌린 까닭을 민주당은 이미 잘 알고 있다. 부동산 문제가 가장 큰 뇌관이 됐다. 9월 말 기준 올해 새로 빚을 낸 사람들 가운데 58.4%가 30대 이하였다. 집값과 전셋값 폭등으로 청년층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나서면서 30대 가구의 평균 부채가 처음으로 1억 원을 돌파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여당은 비정규직 청년의 죽음을 비하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여기에 민주당은 이달 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과 경제 3법 등 이른바 개혁 법안을 힘으로 밀어붙였다. 협치는 실종됐고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가 이어졌다. 1년 가까이 계속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 국면으로 두 차례 법적 공방까지 봐야 했다.
그간 ‘K방역’을 홍보해온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을 막지 못했고 청년들은 어느 때보다 우울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백신 도입이 늦어진 점도 30대 지지층 이탈을 부채질했다.
이 같은 위기감에 청와대도 대대적인 개각에 나선 것이다. 추 장관 교체와 청와대 쇄신이 출구전략이 될 수 있지만 집권 여당도 여기에 호응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30일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대통령과의 회담을 제안한 것은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 새해에는 야당과 함께 일하는 국회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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