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어제 동아일보와의 통화 등에서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며 “국민 통합을 위한 큰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수감 중인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횡령과 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이 확정됐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국정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두 번째 판단이 14일 나온다. 이 재상고심에서 형이 확정되면 사면이 가능한 상태가 된다. 이 대표의 사면 필요성 제기에 대해 청와대는 “실제 건의가 이뤄져야 논의할 수 있는 문제”라고 했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유연해진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지만 친이 친박 인사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민주당 내부와 범여권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많았다.
정치권의 반응이 제각각인 이유는 정치적 득실 계산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는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면서 민주화를 이뤄낸 대한민국의 국격(國格)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사면 논의를 한다고 해서 두 전직 대통령의 잘못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선진국이거나 선진국 반열에 들어설 국가 중에서 전직 대통령 2명이 동시에 수감 중인 나라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수감 중인 두 전직 대통령은 이미 고령인 데다가 오랜 지병 등으로 건강이 많이 나빠진 상태다. 이 전 대통령은 외부 병원에서 검진이 끝나는 대로 서울동부구치소에 다시 수감된다. 2017년 3월 31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박 전 대통령이 감옥에 갇힌 기간은 벌써 4년이 다 돼간다. 전직 대통령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수형 생활을 한 것이다. 군사쿠데타를 주도하고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챙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2년 남짓 기간에 비할 바가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신축(辛丑)년 새해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더욱이 올해는 사실상 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다. 새롭게 일을 벌이기보다는 그동안 펼쳐온 국정 과제를 점검하고 다음 정권을 위한 다리를 놓아야 할 때다. 이런 상황에서 두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은 대한민국 정치를 과거의 볼모로 붙잡아두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는 국민 통합과 국격을 위해 본격적으로 사면을 논의해야 할 때가 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