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1일 창간 100주년을 맞은 동아일보가 독자들에게 던졌던 질문이다.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 외관에 내건 현수막, 일민미술관 옥상 전광판을 통해 근처를 지나는 시민들에게도 ‘말’을 걸었다. 불과 다섯 글자로 이뤄졌는데, 도심 한복판에서 커다란 글씨로 접하게 되면 이 질문의 무게가 꽤 묵직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잊고 살았던 꿈을 찾아 새로운 도전에 나선 사람도 있지만, 지금 발 디딘 현실이 힘겨워 꿈을 품는 것조차 사치스럽다는 청년도 있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는 다들 ‘꿈동이’ ‘꿈아기’ ‘꿈나무’로 자랐건만…. 꿈은 시기 질투로 깨지기 쉬우니 입 밖에 내면 안 된다는 말도 들었다.
▷어제 동아일보는 새해 특집 기사로 ‘꿈이 뭐예요?―각계 22인이 꿈꾸는 대한민국’을 실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가족과 친구, 동료가 함께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평범한 일상이 그립다. 국민 모두가 이를 꼭 되찾길 기원한다”는 꿈을 이야기했다. 청년들의 기회가 많은 나라, 젊은 과학자들이 마음껏 연구하는 환경,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는 혁신 기업가들의 천국, 팬들의 함성이 가득한 경기장, 학교 운동장을 채우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놀랍게도 한결같았다. 평화롭던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더 나은 미래’와 ‘더 나은 공동체’가 되기를 바라는 꿈들이었다.
▷초유의 팬데믹 사태를 겪고 새해를 맞는 평범한 우리의 안부 인사도 바뀌었다. 예전에 오갔던 “부자 되세요” 같은 ‘입신양명(立身揚名)’형 인사말은 우스갯소리로도 보기 어려워졌다. 새해엔 건강하자고, 어려운 곳을 돌아보자고 따뜻한 말들을 나눈다. 다들 나라 걱정, 세계 걱정을 한다. 하긴 내가 아무리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도 남이 안 하면 소용이 없다. 후진국을 챙기지 않으면 선진국도 위험하다. 그래서 프랑스 석학 자크 아탈리는 2021년 화두로 이타주의를 꼽았다. 남을 위해야 내 이익이 커지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키우고 이웃과 미래 세대를 보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2021년 새해는 조금 더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꿈의 다른 말은 희망이다. 꿈이 없으면 앞으로 밝게 나아갈 수가 없다. 더 나은 미래, 더 나은 공동체를 향한 꿈은 다행히도 시기 질투로 깨지는 꿈이 아니다. 남을 보살피면서 얻는 행복감은 이기적인 행복감보다 훨씬 크다고 한다. 꿈만 꿀 것인가, 꿈을 이뤄낼 것인가. 작가 리처드 바크는 ‘갈매기의 꿈’에서 ‘오늘의 작은 변화가 내일의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썼다. ‘당신은 꿈을 위한 작은 변화를 시작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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