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시베리아의 얼지 않는 강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2일 03시 00분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연말에 시작된 한파가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강추위는 이달 초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로 스산해진 마음이 세밑 한파로 더욱 얼어붙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각별히 보살피며 이 어려운 시기를 굳건히 잘 버텨야겠다.

1월은 일 년 중 가장 추운 달이다. 1981년 1월 5일 경기도 양평의 기온이 영하 36.5도로 떨어져 우리나라에서 가장 추운 날씨로 기록됐다. 한반도 전체로는 1933년 1월 12일 평안북도 중강진이 영하 43.6도까지 내려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낮은 기온을 보였다. 서울은 1927년에 영하 23.1도, 평양은 1949년에 영하 30.2도로 각각 최저기온을 나타냈다.

지구상에서 가장 온도가 낮은 곳은 남극 대륙 보스토크 기지다. 이곳은 1960년에 영하 89.2도를 기록했다. 그러나 정상적으로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 중에서 최저 기온을 기록한 곳은 북극점에서 3000km 떨어진 러시아 오이먀콘이다. 이곳에서는 1926년 1월 26일에 영하 71.2도까지 기온이 떨어졌다.

오이먀콘은 인구 500명 정도가 사는 시베리아 사하 공화국의 작은 마을이다. 이곳의 1월 평균기온은 영하 51.3도인데, 뜨거운 물을 공중으로 뿌리면 얼음조각이 되어 눈처럼 휘날린다. 방한복을 제대로 챙겨 입지 않고 외출했다가는 당장 동상에 걸릴 정도로 추위가 매섭다. 오이먀콘 어린이들이 혹한 속에서도 손을 잡고 눈보라를 헤치며 서로에게 의지한 채 학교에 가는 모습이 최근 유튜브 동영상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오이먀콘이란 지명은 ‘얼지 않는 강’이란 뜻에서 유래했다. 따뜻한 온천이 흐르고 있어서 영하 50도의 강추위에도 강이 얼어붙지 않는다. 사람이 살기에 불가능할 것 같은데도 마을이 있는 것은 얼지 않는 강 덕분이다. 오이먀콘 마을을 걸쳐 흐르는 ‘얼지 않는 강’은 한극(寒極)의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몸과 마음을 녹이는 위안을 가져다준다. 이 때문에 아무리 혹독한 추위가 덮쳐도 오이먀콘 사람들은 잘 버텨낼 수 있다.

코로나19로 우리는 어떤 혹한보다도 더 견디기 힘든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이먀콘 사람들이 동상에 걸리지 않기 위해 방한복으로 무장하듯이, 우리는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 꼭 마스크를 써야 하고 손 세정제를 달고 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사람이 코로나19로 생명을 잃었고 남아 있는 사람들도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은 자신의 건강을 걱정하기에 앞서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자책과 일부 주위의 편견으로 힘들어한다. 감염 환자들을 돌보는 의료진과 방역요원들은 긴 싸움에 탈진해 있을 것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는 자영업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더욱 고통을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마음까지 황폐해지기 쉽다. 서로를 이해하고 따뜻하게 위로하는 ‘얼지 않는 마음의 강’이 우리 사회에 흐르면 이 혹독한 시간을 버텨나갈 수 있을 것이다.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한파#강추위#오이먀콘#시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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