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상 첫 인구감소 재앙… 주거·일자리 문제부터 해결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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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주민등록 인구가 5182만9000여 명으로 1년 전보다 2만800여 명 감소했다고 행정안전부가 어제 밝혔다. 1962년 주민등록제도 도입 이후 인구가 줄어든 사실이 통계로 확인된 건 사상 처음이다. 0.8명대로 떨어진 세계 최저 합계출산율과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화 추세를 고려해도 충격적인 소식이다.

특히 지난해엔 출생아 수가 30만 명 선이 붕괴되며 27만6000명가량으로 줄었다. 반면 사망자는 증가하면서 전체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 현상이 처음 현실화됐다. 청년층 인구 감소로 국민 4명 중 1명이 60대 이상 고령층에 접어들었고, 혼자 사는 청년·노인이 6.8%나 늘면서 1인 가구 수도 처음 900만 가구를 넘어섰다고 한다.

서구 선진국과 일본의 선례를 보면 출산율 하락과 고령화는 노동력 부족과 소비 감소, 이에 따른 기업의 생산 위축과 국가재정 악화로 이어진다. 경제적으로는 전례가 드문 재앙인 셈이다. 정부도 이런 부작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난달 ‘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출생아를 둔 부모에게 24개월간 월 30만 원 영아수당 지급, 부모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쓰면 3개월간 최대 600만 원의 육아휴직급여 제공 등의 대책은 눈앞에 닥친 ‘인구절벽’ 문제를 해소하기에 역부족으로 보인다. 일시적 현금 지원 확대로 이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게 15년간 역대 정부가 180조 원을 쏟아부으며 얻은 교훈이다. 게다가 이 대책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2022년으로 시행 시기를 미뤄 “일분일초가 급한 저출산 대책을 정치 일정에 맞추나”란 비판까지 받았다.

청년 체감실업률이 24.4%로 4명 중 한 명은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청년들의 결혼, 출산이 늘어나길 바라는 건 난망한 일이다. 주거와 관련해 월세 사는 청년은 집 있는 청년보다 결혼 가능성이 65.1% 낮다는 분석도 있다. 1인 가구 증가를 고려하지 않고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는 말만 되풀이해온 정부의 부동산 정책 탓에 청년층의 주거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다.

저출산의 근본 해법은 결국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쾌적한 주거의 공급에 있다. 과감한 규제개혁으로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기업의 활력을 끌어올리고, 민간 주도 공급 확대로 부동산 정책을 전환해 청년들이 선호하는 도심의 주택을 대폭 늘리지 않는다면 저출산, 고령화의 늪을 헤어나긴 어려울 것이다.
#인구감소#재앙#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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