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더는 선처 말아야[현장에서/강승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4일 03시 00분


새해 첫날 광주에서 발생한 음주 교통사고 현장. 이 사고로 20대 여성 운전자가 숨졌다. 광주 광산소방서 제공
새해 첫날 광주에서 발생한 음주 교통사고 현장. 이 사고로 20대 여성 운전자가 숨졌다. 광주 광산소방서 제공
강승현 사회부 기자
강승현 사회부 기자
새해 첫날 또다시 무고한 시민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음주 차량은 중앙선까지 침범해 신호를 기다리며 정차 중이던 승용차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경기 김포에서 아침에 출근하던 50대 가장이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에 치여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1일 오후 10시경 술에 취한 A 씨(28)는 광주 광산구의 한 도로에서 택시와 충돌했다. 여기서 멈췄으면 그나마 나았으련만, A 씨는 1.5km가량을 달아나다 중앙선까지 넘어서 신호 대기 중이던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어이없는 사고를 당한 운전자 B 씨(27·여)는 병원에 옮겨졌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택시 운전사와 또 다른 20대 여성 운전자도 부상을 입었다. 경찰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가 운전면허 취소 수준이었던 A 씨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를 ‘윤창호법’인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면서 교통량이 눈에 띄게 줄었지만 음주 교통사고는 오히려 늘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음주 교통사고는 5000여 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5.6%나 늘었다. 경찰이 “음주 단속 횟수를 크게 늘리고 상습 음주운전자는 차량 몰수까지 나서겠다”며 엄벌 의지를 보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안타깝게 떠나보내야 했던 청년 윤창호 씨를 기리며 음주운전 처벌 기준을 강화했는데도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기에 더 부끄럽기 짝이 없다. 실제로 2018년 12월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일명 ‘윤창호법’이 통과된 후 2019년 6월에는 음주운전 기준을 확대 적용한 ‘제2의 윤창호법’도 시행됐다. 하지만 여전히 술을 마시고 핸들을 잡는 이들은 줄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음주운전 범죄자를 선처하는 문화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대법원에 따르면 2019년 음주운전 법원 판결 가운데 집행유예를 받은 비율이 76%나 된다. 한 교통기관 관계자는 “같은 해 음주운전 재범률이 43.7%인 대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한 번 적발되더라도 처벌이 관대하니 별 문제의식을 못 느끼고 또 음주운전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17일 서울서부지법. 음주운전으로 6세 아이를 숨지게 만든 김모 씨(57)에 대해 검찰은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이날 유족들은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니다. 고의적 살인이다”라며 대성통곡했다.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을 앗아가는 끔찍한 행위를 우리는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 걸까. 새해 첫날, 세상을 떠난 희생자는 20대 평범한 가정주부였다고 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강승현 사회부 기자 byhuman@donga.com


#음주운전#새해#선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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