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 세계 아이들이 푹 빠져 있는 노래가 ‘아기 상어’다. 이 노래만 나오면 손뼉을 치며 따라 부른다. 아이들이 크면 진짜 상어도 좋아할까? 그러지 않을 것이다. 섬뜩한 이빨이 가득한 거대한 입을 쩍 벌리고 달려드는데 누가 좋아하겠는가? 커다란 입을 가진 악어도 마찬가지다. 다들 질색한다. 아무리 봐도 호감을 끌 만한 구석이 없다.
이상한 건 이들이 서식하는 지역의 사람들이다. 평생 만날 일이 없을 우리는 질색하는데 의외로 추앙의 대상으로 삼은 곳이 많다. 우리가 호랑이를 영물로 대하듯 대단한 능력을 경외하는 까닭이다.
어떻게 이런 능력을 가졌을까? 삶의 내력이 간단치 않다. 무엇보다 ‘족보’가 길다. 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온 20만 년으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인데 악어는 2억 년, 상어는 4억 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정도면 생명체 대부분이 사라지는 대멸종을 몇 번이나 겪었다는 건데, 도대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상어 중 가장 거대한 백상아리는 다 크면 몸무게가 3t에서 5t쯤 나간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 ‘죠스’에 출연시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바로 그 주인공인데, 사실 백상아리를 비롯한 상어들은 생각만큼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워낙 험악해 보이는 데다 스필버그와 다른 영화인들이 전생에 무슨 악연이라도 있는 듯 과장되게 묘사해서 그럴 뿐이다.
하지만 스필버그가 제대로 짚은 게 있다. 덩치가 산(山)만 해서 둔할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우리보다 200배나 더 소리를 잘 듣고, 몸 옆으로 뻗은 측선으로는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진동까지 느낀다. 후각은 더 뛰어나 여의도만 한 넓이에 떨어진 피 한 방울을 감지할 정도다. 주변 상황 파악에 아주 탁월하다. 행동력은 말할 필요도 없다.
악어 역시 뒤지지 않는다. 녀석은 우리가 들을 수 없는 저주파로 상황을 감지해 잔물결 하나 일지 않게끔 길이 5m, 무게 500kg의 커다란 덩치를 스텔스처럼 움직인다. 그렇게 사정거리에 들어온 먹이를 초속 9m로, 그러니까 눈 깜짝할 사이에 잡아챈다.
더 놀라운 건 이들의 형태다. 아득히 먼 시대에 살았던 조상들과 거의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대멸종 같은 환경은 생명체들에게 엄청난 변화를 필수적으로 요구하는데 별 변화가 없었다는 건 바꿀 필요가 많지 않은, 한마디로 시작을 잘했다는 뜻이다. 시작을 잘했으니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개선하고 수선하는 시행착오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었고 덕분에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어 변화의 파고를 잘 이겨낼 수 있었을 것이다. 좋은 시작이 장수의 바탕이 됐다는 얘기다.
하긴 무엇이 그렇지 않겠는가. 시작이 좋아야 마무리도 좋다.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으로 휘둘린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밝았다. 기분 좋은 시작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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