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전국 300여 곳의 헬스장들이 정부 방역지침에 항의하며 영업을 재개했다. 지난해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환자가 나온 뒤 소상공인들이 기자회견이나 시위 등을 통해 방역지침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적은 많았다. 하지만 이번처럼 처벌까지 감수하고 집합금지 명령에 정면 반기를 든 적은 없었다.
현장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코로나19의 3차 유행에 따른 집합금지 및 영업제한 조치가 기약 없이 길어지고 있어서다. 이달 2일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를 17일까지 2주 연장하기로 하면서 이들의 절망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게다가 정부가 학원, 스키장 등 일부 업종만 영업을 허용해 주자 “도대체 기준이 뭐냐” “왜 우리는 안 되냐”는 불만이 폭발했다.
이런 불만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5월 서울시는 코인 노래연습장에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코인 노래연습장에서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한 데 따른 것. 그러면서도 일반 노래연습장에는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 코인 노래연습장들은 “도우미를 부르는 노래연습장이 코로나19에 더 취약한 거 아니냐”고 반발했다.
지난해 8월 고위험시설 9개 업종 집합금지 당시엔 PC방 점주들이 억울해했다. 다른 고위험시설과 달리 PC방 내 감염 사례가 없었는데도 ‘학생 전파 위험을 사전에 차단한다’며 고위험시설에 포함시켰다는 것. PC방들은 “학생 출입만 막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결국 PC방은 지난해 11월 고위험시설(현재 중점관리시설)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11월 시작된 카페 매장 영업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매장 영업이 막힌 카페와 매장 영업이 가능한 식당을 가르는 기준이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왜 태권도장만 되냐’는 논란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이달 2일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취지로 실내체육시설 중 ‘체육도장업’에만 제한적 영업을 허용해 줬다. 체육도장업 신고가 가능한 종목은 태권도, 권투, 레슬링, 유도, 검도, 우슈, 합기도 등 7개뿐이라 다른 종목 실내체육시설에서 “우리는 안 되느냐”고 반발한다. 클럽, 노래방 등 ‘중점관리시설’보다 감염 위험이 비교적 낮은 ‘일반관리시설’ 중 집합금지가 내려진 업종은 실내체육시설이 유일하다.
신속함이 생명인 방역지침에 현실 천태만상을 모두 담는 건 불가능하다. 그럴수록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하나둘 예외를 두기 시작하며 원칙은 흐려지고 불신은 커지고 있다. “특정 협회가 힘이 세서 영업이 허용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정부는 형평성 논란에 보완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2주 뒤 하겠다는 입장이다. 치료제 없는 감염병보다 비어가는 통장 잔액의 공포감이 커지는 순간 공들인 생활방역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임계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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