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적이게도 사랑은 삶이 위기에 처할 때 더욱 빛난다. 이탈리아 작가 마누엘라 살비의 단편소설 ‘작은 새’는 코로나19로 인해 자가 격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다.
처음에는 새에 관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화자는 작은 새가 옆집 발코니 유리창을 부리로 쪼는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마치 새가 안으로 들여보내 달라고 노크하는 것만 같다. 새는 해 질 녘까지 그 동작을 되풀이한다. 다음 날도 마찬가지다. 옆집에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 싶다. 그는 막 이사를 온 탓에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 남편에게 물으니 홀로 된 노인이 살고 있다고 한다. 노인의 죽은 남편이 새가 되어 나타난 건 아닐까. 그러나 남편을 채근하여 전화해 보니 그런 건 아닌 모양이다. 노인의 말로는 새가 유리를 쪼는 것은 안으로 들어오려고 그러는 게 아니고 유리창에 비친 자기 그림자를 가상의 짝이라고 생각하고 입맞춤을 하는 거다.
새가 죽은 사람의 환생일지 모른다는 생각은 어디까지나 상상이다. 삶이 죽음 이후에도 계속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할 수 있는 황당하지만 아름다운 상상이라고나 할까. 화자는 잠자리에 들기 전 남편에게 한 가지 약속을 해달라고 한다. 자신이 그보다 먼저 죽고 새가 유리를 두드리면 그 새가 자기일 테니까 안으로 들이라는 것이다. 남편은 화자를 끌어안으며 말한다. “물론이지! 하지만 우리는 창문에 비친 그림자가 아니니까, 지금 진짜 입맞춤을 할까?”
이렇게 소설이 끝나면서 새의 이야기는 인간의 사랑 이야기가 된다. 환생을 믿고 안 믿고는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러한 방식으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의 실존이 위기에 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코로나19로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역설적이게도 삶이 불안하고 위태롭게 느껴질 때 인간은 본질적인 것에 더 충실하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소중한 사람에 대한 사랑보다 더 본질적인 것이 어디 있으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