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을 준비하면서 작심삼일 계획을 세워보시겠어요?” 지난해부터 체중 감량을 위해 매일 사용하고 있는 식단관리 앱의 담당 코치가 연말에 내게 보낸 문자이다. 그는 새해 목표를 정해 놓고, 결국 얼마 못 가 지키지 못해 실패했다고 실망하기보다 방향성만 정해 놓고 3일 단위로 구체적 목표를 세우도록 조언했다. “작심삼일 계획도 열 번이면 한 달”이라면서.
그렇다. 나는 20년 넘게 ‘다이어트’ 중이다. 그동안 다이어트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작가이면서 탄수화물을 사랑하는 다이어트 마니아 야마자키 준코가 심리학자와의 대화 형태로 지은 ‘10kg 빼고 평생 유지합니다’를 읽으면서 생각을 바꿔 먹기로 했다. 다이어트는 그냥 평생 하는 것이라고. 지금도 그 여정 중이라고. 아직 실패라고 생각할 필요 없다고. 다이어트뿐일까? 운동, 독서, 일기 쓰기, 그림 그리기 등 모두 마찬가지다. 계획한 것만큼 하지 못한 경우가 꽤 많다. 조금 다른 접근 방식을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오랜 기간에 걸쳐 내가 매일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자. 그리고 그 일의 항목을 최대한 부담 없는 단위로 잘게 쪼개어 본다. 내 경우 아침과 저녁에 따뜻한 물 한 잔 마시기, 목 스트레칭, 스쾃 30개, 치간칫솔 사용, 호흡과 명상, 어깨 돌리기, 허리와 고관절 스트레칭, 식사일기 적기, 공복에 체중 확인, 한 줄이라도 일기 쓰기. 거의 모든 활동이 1분 내외로 할 수 있는 것들이다.
3일 동안의 목표를 세운다는 말은 결국 3일에 한 번씩 자신의 목표를 다짐하고 돌아본다는 것이다. 마음먹은 것을 3일 동안 지키는 것은 1년 동안 지키는 것보다는 훨씬 쉬우니까. 그리고 한 가지 목표라도 3일 동안 했을 때에는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칭찬해주자. 안 그래도 기뻐할 일이 그리 많지 않은 요즈음인데.
더 나아가 이런 쉬운 목표도 다른 사람과 함께하면 보다 쉽고 재미있을 수 있다. 내 경우에는 2년째 친한 친구와 매일 그날 먹은 것과 걸음 수, 그리고 그날 가장 좋았던 경험 한 가지씩 카톡으로 나눈다.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이루고 싶다면 ‘밑미’나 ‘챌린저스’ 같은 프로그램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야마자키의 책에 심리학자로 등장하는 가이호 히로유키는 “수용이 없으면 변화도 없다”는 중요한 조언을 한다. 예를 들어 나는 튀김을 좋아한다. 가끔 저녁에 술 한잔을 마시는 것도 즐긴다. 만약 두 가지를 모두 끊으라면 쉽지 않을 것이다. 수용은 자신의 욕망을 부정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목표로 가는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좋아하는 튀김이나 술을 즐기되 그 횟수나 양을 줄이면서 식사 조절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의지가 약하다고 자책하기보다는 자신을 이해하고, 수용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성취로 다가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자.
아울러 주식에 장기 투자하듯 자신의 시간을 어디에 투자하고 싶은지 새해를 맞이하여 생각해보면 어떨까? 작심삼일의 노력이 한 방향으로 모아질 때, 이는 큰 성취로 이어질 수 있다. 1년의 80%는 대략 300일 정도다. 이 시간 동안 매일 좋아하는 책을 10페이지씩 읽는다면, 300페이지 기준으로 책 10권을 알차게 읽을 수 있다. 글자 크기 10포인트로 다섯 줄 정도 글을 쓰면 공백을 포함해 200자 정도가 나온다. 이렇게 300일 정도를 쓰면 200자 원고지 300장을 쓰게 된다. 2년 정도 쓰면 단행본 한 권 정도의 분량 가까이 나온다. 좋아하는 음악을 매일 한 곡씩 집중해서 듣는다면 300곡을 제대로 듣게 된다. 스쾃을 30개씩 하면 9000번을 하게 된다. 매일 5000보를 걷는다면 150만 보를 걷게 된다.
혁신이론으로 유명한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교수는 내 삶이 어디로 갈지 알고 싶다면 나의 희망이나 계획을 보기보다는 내가 실제 어디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는지 보면 된다고 했다.
어렵지만 희망을 생각하게 되는 새해이다. 작심삼일 계획을 올해 100번 반복하다 보면 2021년도 거의 지나가게 될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성취를 위해 매주 두 번씩 작심삼일 계획을 세워보길. 그리고 딱 3일씩만 자기 계획을 지켜보자. 어느새 연말이 되면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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