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왔는가?’ 한국에 살면서 웃기면서 때로는 슬프기도 한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질 때가 있다. 아마도 한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외국인이라면 필자와 같은 생각을 가끔은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한국인 남편을 둔 결혼 이주자라면 양쪽 나라에 대한 이해가 남다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적 차이로 인해 생긴 여러 갈등과 재미있는 경험을 서로 나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카페나 블로그는 결혼 이주여성들의 사랑방 같은 곳이다. 이를 통해 서로 배우고 간접적인 경험을 할 때가 많다.
얼마 전 이주여성들의 카페에서 인기 있는 글을 하나 발견했다. ‘대학 등록금이 생각보다 비싸다. 왜 이렇게 비싸지?’라는 제목 아래의 첨부 파일에는 국내 대학교 순위와 등록금 관련 정보가 있었다. 사실 그다지 파격적이거나 충격적인 내용이 아니었지만 댓글을 살펴보니 많은 이주여성들에게는 놀랄 만한 정보였던 것 같다. 결혼 이주여성 대부분은 먹고살기 위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이해하느라 바쁘다가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랐을 무렵 대학 등록금을 보고 놀라는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왜 국내 대학교 등록금에 놀랐을까. 교육비용을 장기적으로 계획할 수 없었을까’라고 생각해보게 됐다.
결혼 이주여성들은 결혼 초기 한국어와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하면서 생활한다. 특히 한국어를 가능한 한 빨리 습득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려고 온 힘을 쏟는다. 한국어 실력이 낮아 TV나 뉴스를 봐도 이해 못하고, 주변과 의사소통을 하기도 어렵다. 당장 생존에 필요한 정보만을 찾기 마련이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보육 시설과 관련 복지 혜택이 많은 편이다. 미취학 아동일수록 누릴 수 있는 복지 혜택이 많고 보육 기관에서 보낼 시간도 길다. 복지 혜택이 어린 연령에 집중되어 있어 어떻게든 교육시킬 방법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치가 높아진다. 이런 기대감에 적게는 아이를 두 명, 많게는 네 명을 낳은 이주여성들이 많다.
결혼 이주여성들의 보육 복지 혜택은 초기 정착 지원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으로 한국 사회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 것은 분명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거주 기간이 길어지면 그곳을 통해 배울 것이 점점 줄어든다. 생애주기 관점에서 중장년이 된 결혼 이주여성에게도 필요한 정보들이 있지만 이를 얻을 곳은 마땅치 않다.
이렇듯 처음에 기대가 크다 보니 아이를 많이 낳아도 걱정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다문화 가구원은 2019년 기준 106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1%에 이르고, 다문화 출생아 수는 1만7939명으로 전체 출생아의 5.9%를 차지한다. 이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아이들이 커서 필요한 자금에 대한 정보를 보고 놀란 이주여성들은 한편으로 당혹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대학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식을 키우는 부모 마음으로 좋은 교육을 받길 바라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다행히 ‘다문화가정자녀 전형’ 등 혜택도 있다. 그러나 모든 대학교에 있는 제도는 아니고 선발 인원도 소수다.
초기 결혼 이주여성에게 한국어뿐 아니라 한국 사회를 다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가 제공되었으면 좋겠다. 한국 사람들이 선호하는 직업, 한국 학부모들에게 인기 있는 자녀 교육 등 무엇이든 좋다. 결혼 이주여성은 잠시 살다가 고향에 돌아갈 사람들이 아니다. 그러니 처음 만나는 국가기관에서 사회의 구조를 잘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곳에서 벗어나 집에 가면 누구도 사회 이슈나 트렌드를 알려주지 않는 게 현실이다. 물론 현실에서 부딪쳐 겪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일 수도 있다. 한국의 특징은 언제나 ‘친절과 빠름’이다. 결혼 이주여성들이 이런 친절한 한국 사회에서 빨리 적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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