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비즈니스(가족소유기업)는 파벌 싸움의 온상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예컨대 루퍼트 머독 가문과 뉴스코퍼레이션, 레드스톤 가문과 내셔널 어뮤즈먼트 사례를 들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패밀리 비즈니스는 지난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동안 성공적으로 운영됐다. 이러한 형태의 기업은 전 세계 기업의 8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이 기업들이 얼마나 수명을 유지할 수 있을지 예측해 봐야 한다. 미국의 연구·홍보 기관인 패밀리 엔터프라이즈USA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만 550만 개 가족기업이 있고, 이 기업이 고용한 인력은 전미 노동인구의 62%에 달한다. 이쯤 되면 패밀리 비즈니스가 극심한 내분의 온상인지, 아니면 생존력이 높은 바람직한 기업 모델인지 궁금해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맞다. 패밀리 비즈니스는 일반 기업에 비해 망하기도 쉽지만 회복탄력성도 강하다. 그렇다면 극심한 내분을 겪는 기업과 장수하는 기업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오너십이 기업의 장기적 성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패밀리 비즈니스는 모두 비슷한 것처럼 치부되지만 사실 다양한 유형이 있다. 단독 오너십형은 한 명이 회사를 소유하고 모든 결정을 책임지는 형태다. 파트너십형은 오너십이 이 기업에서 실제로 근무하는 가족 구성원으로 제한된다. 이 모델은 비즈니스를 여러 관점에 따라 입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고, 한 명의 리더에게만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회복탄력성이 더 좋은 편이다. 하지만 누가 오너십을 가질지를 놓고 갈등이 생길 수 있다. 분산 오너십은 모든 가족 구성원이 오너이며 모두 의사 결정에 참여한다. 마지막으로 집중 오너십은 가족구성원 누구든 오너가 될 수 있으나 일부에게만 의사 결정 권한이 있다. 조사 결과 다양한 업종의 패밀리 비즈니스 기업 중 13%가 단독 오너십, 24%가 파트너십, 36%가 분산 오너십, 27%가 집중 오너십을 채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패밀리 비즈니스의 오너들은 강력한 의사결정권을 행사한다. 많은 기업들이 오너의 승인 없이는 한 푼도 지출하지 않는다. 이런 권력이 적절하게 방향을 잡으면 강력한 경쟁우위가 된다. 하지만 이런 권한을 잘못 사용하면 사업도 망한다. 그래서 패밀리 비즈니스에선 거버넌스 구조가 중요하다. 패밀리 비즈니스 기업이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4개의 방’이 필요하다. 비즈니스가 집이라면, 방 네 개가 각각 △오너 △이사회 △경영진 △가족이라는 가정 아래, 각각의 위계 서열과 경계를 분명하게 만들어 주는 모델이다. 4개의 방 모델은 오너가 중요한 이슈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결정권을 경영진에 위임할 수 있게 돕는다.
패밀리 비즈니스 오너는 회사의 중요 사안을 직접 결정한다. 이 때문에 애초에 목표 수립을 올바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패밀리 비즈니스의 목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첫째는 성장, 둘째는 유동성, 마지막은 지배력 유지다. 어떤 것에 방점을 둘 것인지는 오너의 선택이다. 따라서 오너는 우선순위를 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가드레일’이다. 이는 오너가 중시하는 가치와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가드레일을 설정할 때 기본이 되는 가치는 오너 가족들이 감정적인 유대감을 갖도록 도와준다. 이들이 명확한 전략과 공통의 비전을 가지고 “뭔가를 이루고 싶어서 이 사업체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말할 때 이 기업은 장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오너 기업은 승계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오너는 다음에 사업체를 누가 소유할지, 어떤 형태의 오너십을 취할지, 언제 자리를 승계할지 등을 선택할 수 있다. 다음 세대로의 대물림을 미루거나 계획을 소홀히 하면 비즈니스와 가족 모두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 200여 개의 인도 가족기업을 대상으로 한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연구 결과, 승계를 계획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은 시가총액 성장률에서 28%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가족 그룹은 세대 간의 대물림을 거치며 강해지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한다.
이 원고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21년 1-2월 호에 실린 ‘오래가는 패밀리 비즈니스 만드는 법’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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