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근무 양상도 변화하고 있다. 회사 구성원의 안전 차원에서 재택근무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재택근무에 대한 관심도를 보여주는 온라인 검색량은 2019년만 하더라도 낮은 수준이었지만 2020년에는 급증했다. 특히 코로나19의 국내 유행 시기마다 폭증했다. 충분히 경험해보지 못한 제도였기 때문에 직원이나 회사 측 모두 재택근무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검색이 활발히 이루어진 것이다.
사실 재택근무가 전혀 생소한 것은 아니었다. 정보기술이 진전을 이루면서, 또 일·가정 양립의 시각에서 제법 오래전부터 주목받긴 했다. 하지만 막연히 미래형 근무 형태의 하나로 거론되는 수준에 머물렀다.
또 재택근무보다는 ‘원격근무’라는 말이 주로 쓰였다. 원격근무지로 집만 거론된 것도 아니다. 카페나 별도 원격시설이 갖춰진 공간도 근무지가 됐다. 지금은 감염 방지가 목적이기 때문에 안전한 집에서 일하는, 문자 그대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2019년과 2020년 언론 기사의 재택근무 연관어들을 비교해 보았다. 2019년에도 건강과 안전 이슈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미세먼지가 심할 때 재택근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법 있었다. 그 외의 연관어를 보면 일자리, 근로시간, 시간제 근무, 탄력적 근무제도, 장애인, 경력단절여성 등이 높게 나온다. 당시 재택근무 논의가 근로시간을 조절하면서 추가적인 일자리를 만드는 수단으로 주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장애인과 경력단절여성 등이 함께 거론된 것도 일자리 창출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2020년엔 코로나19, 확진자, 사회적 거리, 코로나19 확산 등이 상위에 올랐다. 사업장에 확진자가 발생했거나 직원들의 안전 및 회사 기능의 유지를 위해 재택근무를 시행했음을 알 수 있다. 나아가 SK텔레콤, KT, 삼성전자, LG유플러스, LG전자, 구글, 대기업, 중소기업 등이 많이 확인되는데 주요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미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재택근무가 확대되면서 회사 생활 전반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재택근무 경험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눈치 보면서 회사에 남아 있는 시간이 사라졌다’에 동의하는 비율이 49.8%로 나타났다. 또 ‘직장 상사의 모호한 업무 지시가 줄어들었다’에 대해서는 42.2%, ‘이전에 비해 일의 내용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어 좋다’에는 37.3%가 동의했다. 이런 동의 비율은 재택근무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재택근무 경험자층에서 의미 있게 높았다. 또 ‘말로만 일하는 사람들의 업무 내용이 분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에 대해서도 재택근무 경험자의 43.9%가 공감을 나타냈다. 그동안 성과에 기반한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데 대한 불만도 드러난다.
지금의 재택근무제는 급하게 적용됐기 때문에 부작용도 있겠지만 그간 우리 사회의 직장 내부에 남아 있던 비효율, 불명확, 불공정 관행들을 해소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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