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출석했다. 새해 첫 국회 출석이자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진 때였다.
추 장관은 지난해 11월 최초 확진자가 발생했을 당시 법무부의 조치에 대해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른 것이어서 적절한 조치가 아니다 할 수 없고, 당시 할 수 있는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 장관은 근본 원인으로 “수용 인원이 아주 과다하다”고 했다. 이어 “현재 모든 구치소가 지금 (수용률이) 130∼140%가 넘어서 이명박 정부 때 초고층 밀집 수용시설을 지은 것”이라고 했다. 추 장관이 장관직을 맡은 지는 1년이 넘었고, 문재인 정부는 올해 5년 차다. 과거 정권을 탓하기 전에, 높은 수용률을 개선할 뜻이 있었다면 이미 결과를 냈을 기간이다.
추 장관이 동부구치소 집단 감염에 대해 “조치는 다 했다”고 항변할 건 아니라는 의미다. 또 정 총리가 지난해 12월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동부구치소 사태에 대해 공개적으로 고개를 숙인 뒤에야 추 장관은 비로소 사과했다. 그것도 페이스북으로. 이런 추 장관을 두고 여권 내에서도 “도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탄식이 나왔다.
하루 전 열린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선 전혀 다른 일이 벌어졌다. 서울 양천구 아동 학대 사망사건과 관련한 긴급 현안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영교 위원장은 물론이고 중진인 박완주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은 김창룡 경찰청장을 강하게 질타한 것이다. 그러나 8일 법사위에서 11명의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은 그 누구도 추 장관에게 동부구치소 사태를 묻지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들만 동부구치소 문제로 추 장관을 추궁했을 뿐이다.
게다가 이날 법사위가 처리한 핵심 법안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이 법은 처벌 사례인 ‘중대시민재해’에 대해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시설의 사람이 죽거나 다친 경우”라고 정했다. 동부구치소 사태가 바로 그 경우다. 그런데도 법사위 여당 의원들은 침묵했다.
민주당 지도부 역시 동부구치소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30일 넘도록 아무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한 여당 의원은 “지도부도 가만히 있는데 의원들이 뭐라 하겠나”라고 했다. 차마 공개적으로 “추 장관에게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니 차라리 말을 않기로 한 셈이다.
크게, 열심히 목소리를 내야만 엄호가 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아예 입에 올리지 않는 침묵이 엄호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여권이 추 장관을 향한 ‘침묵 엄호’에 나서는 동안, 약 2400명을 수용 중인 동부구치소에서는 코로나19로 두 명이 숨졌고 119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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