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외 이미지를 손상시켰고 팬데믹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으며 반란을 부추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적 정권 이양을 막았고 차기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방해했다. 미국의 우방들은 1월 20일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이 될 조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21세기의 벅찬 도전들을 다루기 위해서는 국제 문제에 대해 현명한 자세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접근이 필요하다.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는 정권 이양을 용이하게 하고 바이든 행정부에서 일할 고위직 지명자들의 인준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미 정부는 곧 전력을 다해 되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환상을 품어서는 안 된다. 바이든 당선인 역시 여러 도전들에 동맹과 협력하겠다고 한 자신의 결단이 곧 세계가 미국의 의제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심각한 문제에는 빠른 해결책이 있을 수 없다. 동맹을 비롯한 여러 다자기구와 협력하려는 거대한 정치적 의지가 있더라도 발전을 이루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 순위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를 예로 들어보자. 양자 간의 더 큰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며 바이든 당선인은 반드시 그런 협력에 나설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백신 개발 속도를 높였지만 정작 체계적인 국민 접종 계획을 세우는 데는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행정부 내 혼란 속에서 백신 접종과 경제 회복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중국이 ‘의료 실크로드’를 과시하는 가운데 바이든 당선인은 세계 다른 국가들을 돕기에는 역부족인 열악한 시스템을 이어받게 된 것이다.
동맹을 포용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에는 비슷한 위험이 또 도사리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방위비 분담을 둘러싼 논쟁을 해결하기 위해 기민하게 나서겠지만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 강화를 위해서는 여전히 정교한 과정이 필요하다. 최근 위안부 관련 한국 법원의 판결은 한국과 일본 간의 오랜 긴장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 와중에 북한은 계속 다루기 힘든 위협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김정은이 북한의 대외관계를 전면 확대하면서 과도한 대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이 요구하는 것은 그가 양보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클 것이다. 의료 지원, 제재 완화, 군사훈련 축소, 종전선언 등의 혜택을 평양에 주는 것은 유의미한 화답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파키스탄 수준의 핵무기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막지 못했음에도 북한 정권이 영변 핵시설 가동을 중단한 데 대한 대가를 수년간 치러야 할 수도 있다.
한반도가 수십 년간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한미 양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은 평양의 사고 변화 없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주변 국가들로부터 별다른 외압 없이 김정은이 평화에 열중해 있다고 생각하고 방치하는 것은 북한의 과격한 요구를 부추길 것이다. 김정은은 도발과 벼랑 끝 위기 정책으로 돌아가 판을 키우고 자신이 내린 신년 결단의 중요성을 강조하려 들 수도 있다.
한미 양국은 오래된 문제를 풀고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힘써야 한다. 한국 정부는 남북 관계 이상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바이든 당선인은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를 열 가능성이 있다. 뜻이 맞는 국가들 간의 콘클라베식 비밀회의는 자유를 수호하고 강대국의 강압을 저지하고 법치를 강화할 수 있는 개혁과 규칙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바이든 당선인과 문재인 대통령은 협력의 폭을 넓히고 인류를 위한 과학적 노하우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보건 분야부터 기후변화, 사이버 공간부터 우주 공간까지 새로운 차원의 도전들은 한미 양국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양국 관료들은 생명공학,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3차원(3D) 제조 기술 같은 미래 지향적인 지식동맹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미국이 정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패권 정치, 전제 군주, 팬데믹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도자가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성을 사용하는 것은 축하할 만한 일이다. 바이든 시대와 한미 관계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것을 지켜보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