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으로 우뚝 선 민의의 전당[이중원의 '건축 오디세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13일 03시 00분


〈40〉美 의회의 건축적 가치

캐피톨 돔의 입면도(왼쪽)와 단면도. 삼각형 신전 입면 위로 삼층구조의 돔이 솟는다. 돔의 구조는 주철 뼈대이다. 내부 돔 정상은 뚫려 있고 그 위로 반구형 프레스코화가 있다. 내부 돔과 외부 돔의 높이가 다른데 이는 각각 내부 공간감과 외부 도시적 위용을 반영한다. 그림 이중원 교수
캐피톨 돔의 입면도(왼쪽)와 단면도. 삼각형 신전 입면 위로 삼층구조의 돔이 솟는다. 돔의 구조는 주철 뼈대이다. 내부 돔 정상은 뚫려 있고 그 위로 반구형 프레스코화가 있다. 내부 돔과 외부 돔의 높이가 다른데 이는 각각 내부 공간감과 외부 도시적 위용을 반영한다. 그림 이중원 교수
이중원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이중원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해 난동을 부렸다. 미 의원들은 불타는 숭례문을 바라보던 우리들처럼 충격으로 분개했다. 미 의회 건물인 ‘캐피톨(Capitol)’은 미국인들에게 어떤 건축물일까?

캐피톨은 워싱턴에서 가장 중요한 건축일 뿐만 아니라 백악관과 더불어 초창기 연방정부 건축물이다.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캐피톨은 미국 독립과 함께 태어났고, 미국 성장과 더불어 자랐다.

캐피톨은 지난 230년간 여러 일급 건축가들의 손을 거쳤다. 첫 번째 건물인 ‘노스 윙’(중앙 돔을 기준으로 북쪽 동)은 1793년 건축가 윌리엄 소턴이, ‘사우스 윙’은 1811년 건축가 벤저민 래트로브가 설계했다. 그러다가 1812년 미영 전쟁이 터졌다.

1814년 영국군은 캐피톨에 불을 질렀다. 다행히 기적처럼 내린 비로 건물이 전소하지 않았다. 미영 전쟁은 민족주의에 기름을 부었고, 먼로 선언이 나오게 했으며, 미국 체제를 출범시켰다. 민족주의 시대인 1815년에 건축가인 찰스 불핀치가 세 번째 건축가로 선임됐다. 불핀치는 중앙에 대법원, 북쪽에 상원, 남쪽에 하원, 또 대법원 위로 오래 기다렸던 돔을 완공했다. 하지만 불핀치의 캐피톨은 오래가지 못했다.

1850년 미국의 지속적인 영토 확장으로 캐피톨은 더 이상 늘어난 상·하원 의원들을 수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선임된 건축가가 캐피톨의 네 번째 건축가이자 가장 중요한 건축가로 남은 토머스 월터다.

그는 북쪽 상원과 남쪽 하원을 더 길게 확장했다. 건물이 남북 방향 230m로 길어지자 불핀치의 돔은 늘어난 건물 길이에 견주어 볼 때 낮아 보였다. 월터는 자신의 방에 대형 돔을 완성한 모습의 그림을 벽에 걸어 놓았다. 이를 본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월터의 돔에 대한 동경을 나타냈다.

그래서 나타난 것이 오늘날 캐피톨의 가장 중요한 건축물인 대형 돔이다. 월터는 돔을 수직으로 높이 세워야 구조적으로 안정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돔의 높이를 극대화했다. 월터의 돔은 88m로 불핀치의 돔보다 3배 높았다. 월터는 산업혁명 시기에 짓는 돔인 만큼 돔의 뼈대로 콘크리트(로마 시대의 판테온 돔)나 벽돌(르네상스 시대의 브루넬레스키 돔) 대신 철을 사용했다.

월터의 돔은 외부 돔과 내부 돔이 있는 2중 돔 구조다. 외부 돔은 내셔널 몰에서 의회의 위용을 드러내고, 내부 돔은 중앙 홀에서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의회 내부의 원형 공간을 연출한다. 내부 돔의 정상은 뚫려 있다. 그 위로 반구형 프레스코화가 허공에 매달려 있다. 그림 중앙에 신격화된 조지 워싱턴(그림명 Apotheosis of Washington)이 있고, 그 옆으로 13개 주를 상징하는 여인 13명이 있다. 돔 하단에는 이스탄불에 있는 하기아 소피아 성당의 돔처럼 아치로 만든 창들이 있어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빛줄기가 돔의 무게감을 하늘하늘하게 만들어 준다. 남북전쟁 중에도 이 공사를 멈추지 않았다. 링컨은 분열보다 통합을 강조하는 실체를 드러내기 위해 불굴의 의지로 캐피톨을 완공했다.

그 후 뉴욕 센트럴파크를 완공한 조경가 프레더릭 옴스테드가 캐피톨의 서측 테라스 야외 계단 조경을 완성했다. 4년마다 치러지는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되면 새로운 대통령 당선인은 이곳에서 취임 선서를 한다. 캐피톨은 쉽게 지어지지 않았고, 쉽게 지울 수 없다. 캐피톨은 미국의 전통으로 우뚝 서 있고, 또한 이곳에서 국민의 뜻을 받들어 만드는 법은 미국의 미래가 된다.

이중원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전통#민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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