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무늬 드레스를 입은 엄마가 아이를 무릎 위에 앉혀 목욕시키고 있다. 한 손은 아이의 허리를 감싸고, 다른 한 손으로 아이의 발을 씻긴다. 희고 깨끗한 수건을 두른 아이는 엄마와 함께 대얏물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메리 커샛은 평생 독신이었지만 엄마와 아이, 특히 모성애를 다룬 그림을 많이 그렸다. 그녀는 왜 그토록 모성애에 천착했을까.
커샛은 프랑스 인상주의 전시회에 참가했던 유일한 미국 여성이었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덕분에 파리 유학까지 왔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국립미술학교인 에콜 데 보자르에 입학하지 못했다. 개인 화실을 다니거나 루브르에서 대가들의 작품을 모사하면서 스스로 실력을 쌓아나갔다. 남성 위주의 미술계에서 그것도 이방인 여성 화가로 살아남기 위해선 그녀만의 전략이 필요했다. 커샛은 남성 화가들은 표현할 수 없는 여성만의 특별한 감정이나 경험을 화폭에 담고 싶었다. 그렇게 선택한 주제가 여성과 아이 그리고 모성애였다. 화가로 성공하기 위해 결혼도 출산도 거부했지만, 주변에는 모델이 되어줄 여성 지인과 아이들이 늘 많았다. 오페라 관람이나 보트 놀이 등 여성의 야외 활동도 그렸지만 가정에서 아이를 씻기고, 젖을 먹이고,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시는 등 결혼한 여성의 평범한 일상을 세심하게 포착했다. 특히 목욕 장면을 여러 번 그렸는데, 그림의 주제와 위에서 내려다본 듯한 구도는 일본 목판화와 동료 화가 에드가르 드가의 그림에서 영향을 받았다.
이 그림은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1880년대 중반, 프랑스에서는 콜레라가 몇 차례 유행하면서 유아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했다. 질병 예방책으로 목욕과 청결한 환경이 강조됐다. 또 영유아 시기에 엄마 역할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보모한테 맡기는 것보다 자녀를 엄마가 직접 돌보는 것이 권장됐다. 그림 속 가정에도 실제로는 보모가 있었겠지만, 화가는 아이를 씻기는 엄마의 모습을 통해 친밀하고 따뜻한 모성애를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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