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는 경제 발전의 어두운 그늘로, 구조적 시스템 문제 등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고귀한 생명을 산업재해로부터 지키고자 하는 입법에는 원론적으로 찬성하지만 입법 만능주의는 또 다른 부작용을 동반하기에 폭넓은 여론 수렴과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학교가 중대 산업재해 적용 대상이 되면서 교사와 교직원, 교육공무직 등은 학교 노동자가 중대 재해를 입을 경우 학교장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학교는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닌 데다 교육시설안전법, 산업안전보건법에 중대재해법까지 학교에 대한 안전 보건조치 의무와 처벌 규정이 혼재돼 현장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미 여러 법령에 학교장의 책무가 명시돼 있는데 중대재해법이 학교를 일반 기업 사업장으로 취급하는 것은 과잉 입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교원은 교육 전문가로 공사나 시설물 등과 관련한 안전 감독 영역의 전문성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법안의 졸속 추진으로 학교 교육활동 위축은 불을 보듯 뻔하고, 입법 취지와 다르게 전국의 학교 현장에서는 사고가 나면 소송으로 변질될 우려가 매우 크다. 이는 보신주의를 낳고 피해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갈 것이다. 교육부는 교원단체와 학교별 학교장회의 의견을 수렴해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기연 전 평택교육지원청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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