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이었을 것이다. 당신이 말실수를 한 것은. 남자골프 세계 랭킹 3위 저스틴 토머스(28·미국)도 홧김에 뱉은 말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말 한마디로 천 냥을 잃었다.
세계적인 의류 기업 ‘랄프로렌’이 16일 토머스에 대한 후원 중단을 발표했다. 토머스는 2013년 프로로 전향한 뒤 랄프로렌 의류를 입고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무대에서 활약했다. 토머스는 세계 랭킹 1위에 올랐고, PGA투어 상금왕을 차지하면서 차세대 골프 황제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17년 한국에서 처음 열린 PGA투어 대회에서 원년 챔피언에 올라 국내에도 친숙하다.
잘나가던 토머스에 대한 후원 중단 결정 이유는 단 한 가지다. 토머스는 10일 하와이에서 열린 PGA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3라운드 4번홀에서 약 1.5m 파 퍼트를 놓친 뒤 홧김에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욕설을 내뱉었다. 토머스의 욕설은 그대로 전파를 타고 TV 방송에 노출됐다. 토머스는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라며 “진심으로 나의 발언으로 공격을 받았을 모두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진 뒤였다. 팬들은 부적절한 발언에 일제히 분노했다. 세계적인 골프 스타에게 어울리지 않는 모습에 실망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랄프로렌은 “우리는 나이, 인종, 성 정체성, 민족성, 정치적 소속, 성적 성향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존엄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그의 행동은 우리가 포괄적 문화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과 배치된다”며 계약 철회를 밝혔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19년 한국프로골프투어 대회에서 김비오는 최종라운드 도중 갤러리를 향해 자신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손가락 욕설을 표시하는 동작을 했다. 당시 이 대회에서 그는 우승을 차지했지만 영광은 없었다. 자신의 경솔한 행동에 참회의 눈물을 쏟은 그에게는 출전정지 3년의 중징계가 내려지기도 했다. 그 후 징계가 조기에 풀려 복귀했지만 그를 향한 싸늘한 시선만큼은 줄어들지 않은 듯하다.
스포츠 스타는 분명 공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공인’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의 행동과 말 하나에 영향을 받는 사람이 많다. 어떤 어린이들이나 학생들에게 스포츠 스타는 꿈의 대상이 되거나 롤 모델이 되기도 한다. 그 영향력은 분명 ‘공인’만큼 책임감이 큰 것이 사실이다. 행동 하나, 말 하나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이미지 실추로 외면을 받는다면 눈앞의 금전적인 손실뿐 아니라 자칫 자신의 선수생명까지 잃을 수 있다. 잘못된 언행에 대한 멀리건(골프에서 잘못 쳤을 때 타수에 포함되지 않고 더 칠 수 있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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