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어제 새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문재인 정부 4년의 정책추진 성과를 정리해 내놨다. 경제규모 세계 10위권 진입, 국가신용등급 역대 최고치 유지, 연평균 7.7% 오른 최저임금, 최하위 계층 소득분배 개선 등을 치적으로 내세웠다.
지난해 한국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보다 두 계단 오른 세계 10위라고 국제통화기금(IMF)이 평가한 건 사실이다. 수출 원자재 값이 떨어지면서 앞서 있던 브라질, 러시아가 4∼5%대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동안 한국은 1% 남짓 감소에 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상황 변화에 신속히 대응한 수출기업들의 노력과 원화 강세의 영향이 큰 만큼 정부 공으로 내세우는 건 민망한 일이다. 4차례 추경을 편성해 돈을 푼 탓에 나랏빚이 폭증하는데 ‘신용등급 유지’를 자랑한 것도 적절치 않다. 한국 국가채무비율은 신용평가회사 피치가 신용등급 강등 기준으로 사전 경고한 46% 선을 올해 안에 넘어선다.
이른바 ‘포용성장’의 성과로 자랑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는 코로나19까지 겹쳐 부작용이 극심하다. 2018, 2019년 2년 만에 30% 가까이 오른 최저임금은 자영업자에겐 인건비 급증에 따른 폐업, 저소득층에겐 실직의 고통을 안겼다. 올해 들어 50인 이상∼300인 미만 사업장에 주 52시간제가 시행되자 소득이 준 근로자들이 퇴사해 작은 회사로 옮기거나 택배 알바에 나서고 있다. 정부 지원을 빼면 최하위 20% 가구의 근로소득이 줄어 최상위층과 격차가 커지고 있는데도 소득분배가 나아졌다고 평가한 건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이날 기재부는 올해를 ‘K뉴딜’ 본격화, ‘혁신성장’ 성과 확산의 원년으로 만든다는 거창한 계획을 발표했다. 대부분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뛰어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여당이 기업규제 3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법을 밀어붙이는 동안 침묵하던 기재부가 또다시 기업들의 노력에 무임승차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