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임에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명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임엔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임엔 민주당 황희 의원을 내정했다. 황, 권 후보자는 대표적 친문(親文) 의원이다. 이번 개각은 전형적인 코드 인사이자 돌려 막기 인사이다.
우선 정 후보자의 경우 새로 출범한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와 손발을 잘 맞출 수 있을지 우려스러운 대목이 많다. 정 후보자는 문 정권 출범과 함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주도했지만 2년 전 하노이 북-미 비핵화 협상 결렬 이후 2선으로 물러나야 했다. 외교가에서는 하노이 노딜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인사들조차 정 후보자를 불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더구나 정 후보자는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라인 핵심들과는 교류 폭도 크지 않은 편이어서 삐걱거리는 한미관계를 정상으로 되돌려놓을 수 있는 적임자라고 보기 어렵다.
황, 권 후보자는 여당 내 친문 핵심 인사들이 대통령을 지키자며 뭉친 ‘부엉이 모임’ 회원이었다. 지난해 12월 임명된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과 25일 인사청문회를 앞둔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이 모임 소속이었다. 황 후보자는 문화·체육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전혀 없다. 오죽하면 여당 안에서조차 “아무리 임기 말이라지만 전문성이 떨어지는 ‘부엉이 내각’은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겠는가.
이번 인사는 임기 말에 느슨해지기 쉬운 관료 조직을 다잡기 위한 친문 군기반장들과, 대통령과 오래 일해 익숙한 인물들이 내각에 전진 배치됐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럴수록 국정을 보는 시야도 좁아질 것이고 야당 등과의 소통도 어려워질 것이다. 국정 쇄신이나 국민 통합과는 거리가 먼 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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