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3일 전북 군산시 비안도의 비안도초등학교는 마지막 졸업식을 치렀다. 이 학교의 지난해 전교생 수는 단 한 명. 마지막 학생이 올해 졸업하면서 1943년 문을 연 학교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이틀 뒤 경기 안산시 풍도의 대남초교 풍도분교에서도 한 명뿐인 재학생의 졸업식이 열렸다. 최근 몇 년 새 지방엔 폐교가 줄을 잇고 있다. 이미 시작된 인구 수축 사회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 출생아 수가 3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태어난 아기보다 사망한 사람이 더 많아져 주민등록 인구 역시 처음으로 자연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출산율이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국내 총인구(내국인+외국인) 감소 시점이 당초 예상(2028년)보다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인구가 줄어들면 노동력 부족과 소비 감소로 경제가 위축된다. 학교가 문을 닫고, 군인과 의료진 등 사회 필수 인력도 부족해진다. 급속한 고령화로 청년층의 사회적 부양 부담은 치솟는다. 이 모든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사회적 갈등을 빚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인구 수축사회에 대비해 노동, 복지, 교육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한다.
기획재정부가 20일 개최한 인구정책 전문가 간담회에서는 한국의 예정된 미래인 ‘인구 수축사회’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참석자들은 교육, 고용, 지역소멸 등 사회 각 분야의 개혁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당장 시급한 문제가 지역불균형, 학령인구 감소, 군 인력자원 부족”이라며 “의료인력 수급 문제나 청년층 감소로 인한 노동시장의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도 사회적 합의가 오래 걸릴 수 있어 지금부터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한시가 급하다는 전문가들의 경고에 비해 정부의 대응은 더디기만 하다. 정부는 2019년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여성·고령자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 외국 인력 활용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래세대 부담을 덜어줄 국민연금 개혁도 지지부진하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저서 ‘정해진 미래’에서 “미래에 인구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될 수 있다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고 했다. 이미 출생아 수가 크게 줄어든 가운데 그 흐름이라도 장기간 안정적으로 이어진다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전제는 당연히 지금부터 부지런히 수축사회에 적응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조 교수가 언급한 “작고 안정적인 한국을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다. 지금 고통을 감내하지 않으면 미래에 더 큰 고통과 마주해야 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절실하게 개혁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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