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이랑 크기의 네모난 연못이 거울처럼 펼쳐져 / 하늘빛과 구름 그림자가 그 안에 일렁인다.
묻노니 이 연못은 어찌 이리도 맑을까. / 발원지에서 쉬지 않고 물이 흘러들기 때문이지.
(半畝方塘一鑒開, 天光雲影共徘徊. 問渠那得淸如許, 爲有源頭活水來.)
―‘책을 읽다 든 생각(觀書有感·제1수)’ 주희(朱熹·1130∼1200)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연못. 못물이 어찌나 맑고 투명한지 하늘 풍경이 고스란히 물속에 담겨 일렁거린다. 너른 바다나 호수라면 모를까 100평 남짓한 작은 연못이 왜 이리도 거울처럼 청명할까. 수원(水源)으로부터 끊임없이 활수(活水)가 흘러들기에 가능한 일이다. 멈추거나 고여 있지 않고 늘 새로운 충전이 이루어지니 썩지도 혼탁해지지도 않고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한다. 이 이치는 시인이 연못가를 산책하던 중 물의 발원지를 발견했기에 떠올린 게 아니다. 시제에서 보듯 책을 읽다 문득 든 생각이다. 독서를 통해 부단히 새로운 지식과 지혜를 받아들이고 축적해 갈 때 우리의 정신세계도 그만큼 참신하고 넉넉해진다는 이치로 읽힌다. 공자 이래 유학을 집대성하여 성리학으로 발전시킨 사상가답게 시인은 자연 경물의 범상한 이치에서 그예 학문 수양의 진리 하나를 이끌어냈다.
이 시는 2수로 이루어진 연작시. 제2수에서도 시인은 마치 한 폭 경치를 읊조리듯 독서의 효용을 은유한다. “간밤 강가에 봄물이 불어나니 거대한 싸움배조차 깃털처럼 가볍게 뜬다. 여태껏 그걸 옮기느라 공연히 애만 썼거늘 오늘은 강 가운데를 잘도 떠다니는데.” 한껏 힘을 동원한다고 해서 거함(巨艦)을 움직일 수 있는 건 아니다. 봄물이 불어나 강이 깊어지면 배는 저절로 나아간다. 독서로 내공을 쌓으면서 느긋하게 조건이 무르익기를 기다리라는 세심한 충고로 들으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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