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스타를 낳았다. 자신이 직접 쓴 축시를 낭독한 22세의 어맨다 고먼이다. 그가 5분 40초에 걸쳐 낭송한 ‘우리가 오를 언덕(The Hill We Climb)’은 세계인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노예의 후손인 말라깽이 흑인 소녀가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면서도 대통령이 되기를 꿈꾸다가 그를 위한 시를 낭송합니다. (중략) 민주주의는 잠시 멈출 수는 있어도 영원히 패배할 수는 없습니다. (중략) 우리는 재건하고 화해하고 회복할 것입니다.’
▷그를 미 역대 최연소 축시 낭독 시인으로 발탁한 건 대통령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다. 하버드대에서 사회학을 공부한 고먼은 2017년 미국에서 최초로 도입된 청년 계관시인에 선정돼 의회도서관에서 낭독회를 가졌다. 30여 년간 커뮤니티칼리지에서 이민자나 소외 계층에 영어를 가르쳐 온 ‘바이든 박사(바이든 여사)’가 당시의 영상을 보고 이번에 그에게 축시 집필과 낭송을 요청했다.
▷아버지 없이 자란 고먼은 8세 때부터 시를 썼다. 중학교 교사인 어머니는 집에서 텔레비전 시청을 제한했기 때문에 쌍둥이 자매인 개브리엘과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서 자랐다. 그런데 그는 바이든 대통령처럼 어린 시절 청각장애로 말을 더듬었다. 얼마 전까지도 ‘R’ 발음이 어려워 자신이 졸업한 하버드대 발음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뮤지컬 ‘해밀턴’의 ‘Aaron Burr, Sir’ 노래를 연습하며 장애를 극복했다.
▷취임식 후 CNN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시 낭독 전에 눈을 감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했다. “나는 흑인 작가들의 딸이야. 우리를 옭아맨 사슬을 끊은, 세상을 바꾼 자유 투쟁자들의 자손이야. 두려워하지 마.” 그 말을 듣던 앤더슨 쿠퍼 앵커는 몇 초간 말을 잇지 못하다가 말했다. “당신은 대단해요.” 고먼은 장애는 약점이 되지 않았다고, 오히려 자신을 이야기꾼으로 만들어줬다고 한다.
▷시인의 꿈은 공동체가 도왔다. 14세 때 ‘WriteGirl’이라는 비영리 단체에 가입해 글쓰기를 배운 게 지금의 고먼을 있게 했다. 그는 사회로부터 받은 걸 나누기 위해 2016년 ‘하나의 펜 하나의 페이지(One Pen One Page)’라는 글쓰기 비영리 기관을 세워 미래세대를 키우고 있다. ‘우리가 빛을 바라볼 용기가 있고, 스스로 빛이 될 용기가 있다면 빛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고먼은 빛이 되었다. 2036년 미 대통령 선거에 나서겠다는 그의 요즘 꿈은 ‘내가 쓰는 시가 미국의 통합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신의 언덕을 넘고 우리가 함께 오를 언덕을 알려준 그의 꿈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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