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법무부 차관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택시 기사가 23일 채널A 등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1월 11일 경찰 추가 조사에서 휴대전화로 찍은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줬지만 담당 수사관이 영상을 못 본 것으로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해당 수사관을 대기 발령하고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단장으로 한 진상조사단을 꾸려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애초 블랙박스 영상이 없고 택시 기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 반의사불벌죄인 형법상 폭행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내사 상태로 종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운전 중 폭행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폭행에 해당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처벌한다. 블랙박스 영상에 이 차관이 택시 기사의 멱살을 잡는 장면이 남아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수사기관이 정식 입건해서 차가 운행 중인지 아닌지 정밀히 조사해 유무죄를 가렸어야 한다. 담당 수사관이 영상을 보고도 못 본 것으로 했다면 그 자체가 위법이다.
사건 당시 변호사이던 이 차관은 현행범인데도 조사받지 않은 채 귀가했고 이후 경찰의 출석 요구에도 전혀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뒤로는 택시 기사에게 블랙박스 영상을 지워 달라고 요구했고 택시 기사는 지난해 11월 9일 경찰 1차 조사에서는 영상의 존재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차관은 사퇴하고 수사를 받아야 한다.
올해 초 경찰은 검찰에서 수사종결권을 넘겨받았다. 검찰이 재수사를 결정하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유야무야 처리됐을 것이다. 드루킹 댓글 사건,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에 대해서도 경찰은 진실 규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검찰 재수사 결과 담당 수사관에게 외압이 가해졌음이 밝혀진다면 경찰 책임자가 사퇴하는 정도로 끝낼 수 없다. 정치권과 법조계는 검찰이 직접수사권을 더 많이 넘겨줄수록 검찰에 수사종결권을 남겨둘 필요성은 더 커진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수사권 조정을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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