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거기 눈 감고도 척 알 수 있어[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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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전날 미국 대통령도 피할 수 없는 이삿짐 박스. 2001년 1월 19일 조지 W 부시 대통령 취임식 하루 전날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이삿짐 박스들을 옆에 두고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지막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 출처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이사 전날 미국 대통령도 피할 수 없는 이삿짐 박스. 2001년 1월 19일 조지 W 부시 대통령 취임식 하루 전날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이삿짐 박스들을 옆에 두고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지막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 출처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고 권력자라고 하지만 그 역시 일반인들과 똑같습니다. 뭐가요? 바로 ‘공포의 이삿날’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죠. 아무리 포장이사 업체가 다 해준다고 하지만 그 정신없음을 어디에 비하겠습니까.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백악관, 혼란의 이사 현장 밀착 취재.

△“It‘s a mad dash.”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하기 전까지는 이삿짐 트럭에서 단 한 개의 짐도 내릴 수 없습니다. 규칙입니다. 다른 때 같으면 취임식 퍼레이드를 하고 국립묘지에 헌화하고 돌아올 때까지 이삿짐센터 직원과 백악관 스태프는 이사 대작전을 전개했겠지요. 그런데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이런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돼 일찌감치 백악관으로 귀환. 30년 경력의 백악관 큐레이터는 이사 과정을 한마디로 “미친 질주(mad dash)”라고 표현합니다. 블랙프라이데이 때 쇼핑객들이 미친 듯이 상점을 향해 돌진하는 것을 ‘Black Friday Mad Dash’라고 합니다.

△“The Bidens know the building, they know the people. They’ve been there plenty.”

그나마 다행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훤히 안다는 것입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지낸 덕분이죠. 전임 퍼스트레이디 비서실장은 말합니다. “바이든 가족은 백악관 건물을 알고, 사람(상주 스태프)을 안다.” 우리가 어떤 곳에 눈 감고도 찾아갈 정도로 익숙할 때 “나 거기 수천 번 가봤어(I‘ve been there plenty)”라고 하죠. ‘plenty’ 뒤에 ‘of times’가 생략된 것으로 보면 됩니다.

△“See you on the flip side.”

미국 영화에서 많이 보셨을 겁니다. 둘이 내기를 할 때 동전을 하늘로 던져 손등에 얹고 다른 한 손으로 덮은 뒤 “앞면이냐(Head)?” “뒷면이냐(Tail)?”를 맞히죠. 이런 내기를 ‘Coin Flipping(동전 던지기)’이라고 합니다. 한 걸음 나아가 ‘절반의 확률(fifty-fifty chance)’을 의미하기도 하죠. ‘flip’은 작별 인사를 할 때도 등장하는데요. “See you on the flip side”는 “(때를 확정할 수는 없지만) 언제 또 보자”라는 의미의 매우 미국적인 표현입니다. 쓸쓸하게 떠나는 도널드 트럼프 시대의 백악관 사람들이 주고받는 인사말이라고 하네요.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미국 대통령#세계#권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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