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수처 합헌 결정, 그래도 여전히 불안한 중립성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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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어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공수처 검사의 영장청구권, 판검사 및 고위 경찰관에 대한 기소권 등이 모두 헌법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헌재는 판단했다.

헌재는 헌법상 영장청구권을 갖는 ‘검사’의 의미에 대해 “그에 부합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자를 의미하는 것이지 검찰청법상 검사만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공수처 검사가 영장청구권을 갖는 것은 영장주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검사 등에 대해 기소까지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입법자의 결정으로 존중돼야 하며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헌재는 판단했다.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이 진행 중인 고위 공직자 관련 사건의 이첩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조항 등에 대해선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은애 재판관 등은 공수처장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이첩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헌재 결정에 따라 공수처가 본격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하지만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 등에 대한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다.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의 공수처 이첩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어제 브리핑에서 이 사건에 대해 “지금은 수사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일단 거리를 뒀다.

공수처의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차장과 검사에 대한 후속 인선이 중요하다. 김 처장이 판사 출신의 여운국 변호사를 차장으로 임명제청한 것은 중립성에 무게를 둔 인선으로 보인다. 또 공수처를 견제하기 위한 국회의 역할이 병행돼야 한다. 국회는 공수처장에 대한 출석요구권, 탄핵소추권, 예산심의권 등을 갖고 있다. 공수처 검사 선발 등을 담당하는 인사위원회 위원 7명 중 4명은 여야에서 2명씩 추천한다. 공수처 구성원들이 무거운 사명감을 갖고, 정치권이 제 역할을 해야 공수처가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헌법재판소#합헌#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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