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28일 “전시작전통제권은 상호 합의한 조건이 완전히 충족될 때 전환될 것”이라며 “특정한 시점에 대한 약속은 우리의 병력과 인력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전날 “나의 재임 기간 중 전작권 전환을 위해 진전된 성과가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이라며 ‘시기’를 강조하자 미국이 하루 만에 ‘조건’으로 받아친 것이다. 동맹국 장관의 발언을 미국이 즉각 반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전작권 관련 첫 입장으로 앞서 한미가 합의한 조건이 완전히 충족될 때 전환하겠다는 미국의 입장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한미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확보,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능력 구비, 한반도 안보환경 등 전작권 전환의 3대 조건에 합의했는데 미국은 이런 능력이 완비됐는지 철저히 따지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신년회견에서 전작권 전환 능력 검증과 연계된 3월 한미 연합훈련을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서 장관이 전작권 전환 진전을 강조한 것은 남은 임기에 미국으로부터 전작권 전환 시기와 관련해 구체적 입장을 담은 합의를 이끌어내 보겠다는 욕심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전작권 전환에 있어 대북 준비태세 완비를 조건으로 재확인하며 북한에 군사적 양보를 쉽게 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 앞서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대북 제재에 발을 맞추라고 한 데 이어 한국엔 전작권 전환에 “앞서 가지 말라”고 강조한 것이다. 더군다나 전작권 전환을 위한 운용 능력 검증을 위해서는 훈련 실시가 필수적인데 코로나19로 국내 상황도 여의치 않다. 그런데도 전작권 조기 전환에 의욕만 앞세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핵위협을 높인 북한이 심상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는 북한의 핵과 장거리미사일 시험 중단과 대규모 한미훈련 중단이라는 이른바 ‘쌍중단’으로 한반도 긴장이 관리됐지만 미 정권 교체로 상황이 변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열흘도 안 돼 한미 안보의 파열음이 나와 대북 공조엔 이상이 없는지 우려마저 든다. 아무리 대선 공약이라고 하더라도 임기 내 전작권 전환에 조바심, 조급증만 내비치다가는 한반도 안보에 구멍을 내는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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