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부산 가덕도와 일본 규슈를 잇는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54조5000억 원의 생산부가 효과, 45만 명에 달하는 고용유발 효과가 기대된다”고 덧붙였지만 공약의 타당성과 경제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총 210km 구간 공사비는 92조∼180조 원으로 예상되며 한국은 3분의 1 구간만 담당하므로 약 30조∼70조 원이 소요될 전망이라는 정도의 2쪽짜리 설명 자료만 배포했을 뿐이다.
이런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라면 경제성이 있는지와 한일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먼저 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사안을 제1야당 대표가 어느 날 갑자기 툭 던지듯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해저터널 구상은 노태우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일본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양국 정부 차원에서 구체적인 논의로 이어진 적은 없었다. 막대한 건설비용과 경제성, 정치 외교적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안이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판단이었다.
국민의힘이 해저터널 이슈를 띄운 속내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민주당 시장의 성추행에 따른 선거이고 지역 경제도 좋지 않아 유리할 걸로 봤던 부산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당의 입장이 모호했던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지지를 공개 천명하는 정도로는 여당 따라하기밖에 안 되니 공약의 실현 가능성은 차치하고 일단 민심을 흔들어보겠다는 심산일 것이다.
해저터널 공약에 “일본의 대륙 진출 야심에 고속도로를 놓는 격” “친일 DNA를 발동한 이적 행위” 등으로 반박하고 나선 민주당의 대응도 어이없긴 마찬가지다. 같은 논리라면 과거 해저터널에 긍정적 언급을 했던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도 ‘친일 DNA’라는 비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공약의 타당성과 경제성을 놓고 논쟁을 해야지, 일본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서는 ‘친일’, ‘토착왜구’ 등의 프레임을 씌워 무조건 매도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정치 수준을 뒷걸음치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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