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 “재난지원 선별·보편 모두 추진”… 텅 빈 곳간은 누가 채우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3일 00시 00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4차 재난지원금을 준비하겠다. 늦지 않게 충분한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특히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지원을 함께 협의할 것”이라며 자영업자·취약계층 대상 선별지원과 보편지원을 모두 추진할 뜻을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에 4차례나 추경을 집행했다. 한 해 4차례 추경은 59년 만의 일이다. 올해는 558조 원이나 되는 슈퍼예산을 편성해 놓았다. 그래 놓고도 연초부터 초대형 추경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선별·보편 동시 지원에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시했다. 하지만 홍 부총리가 과도한 재정 투입에 대해 반기를 들었다가도 결국은 ‘백기’를 드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온 점을 고려할 때, 작년 1차 때의 14조3000억 원을 뛰어넘는 재난지원금이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전에 지급될 가능성이 크다. 연초부터 이런 식이면 올해 안에 국가채무 1000조 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50%를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표는 “나라 곳간을 적절히 풀어야 할 때가 있다”면서 “풀 때는 풀어야 다시 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나라 곳간은 때가 된다고 해서 저절로 다시 채워지는 것이 아니다. 한번 늘어난 씀씀이는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 수많은 나라가 공유하고 있는 아픈 경험이다. 더구나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여서 코로나 지원 등에 쓸 수 있는 재원을 확보하려고 노력이라도 해보는 것이 납세자와 미래세대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이날 연설에서 이 대표는 협력이익공유제 등 ‘상생연대3법’ 도입 필요성도 역설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0대 기업 영업이익이 20% 증가한 사실과, 1990년 75.4%였던 중산층 비중이 2019년 58.3%로 떨어진 사실을 대비시켰다. 이익을 낸 기업들에는 ‘알아서 동참하라’는 압박으로 들릴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중산층 비율이 급감한 것은 기업들의 책임이 아니다. 경제정책의 실패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비어가는 나라 곳간을 채우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마음 놓고 투자하고 글로벌 무대에서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익공유제처럼 반시장적인 정책은 기업할 의욕을 꺾어 나라 곳간을 채우는 데 장애물이 될 뿐이다.
#재난지원#선별#보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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