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과 통합으로 짓는 도서관[이중원의 '건축 오디세이']

〈41〉시카고 오바마 대통령 도서관

잭슨 파크의 오바마 대통령 도서관. 타워 우측이 미시간 호수, 좌측이 미드웨이 파크다. 도서관 저층 루프가든은 호반 공원과 하나다. 55m 높이의 도서관 타워는 기도하는 손 모양이다. 그림 이중원 교수

이중원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조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가 대통령이 되기까지 여러 공신이 있었겠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진정한 의미에서 킹메이커다. 바이든 집권기에 그의 부상이 예견된다. 오바마는 퇴임 후 꾸준히 집필 활동을 했고 재단을 설립해 오바마 대통령 도서관 건립에 속도를 냈다.

그의 책 ‘약속의 땅’은 현재 아마존 베스트셀러이고, 재단은 국제 공모전을 통해 부부 건축가 토드 윌리엄스와 빌리 첸(TWBT)을 도서관 건축가로 지명했다. 설계는 이미 완료했고, 착공은 올해다. 오바마 대통령 도서관의 건축적 지향점은 무엇일까.

먼저 땅을 보자. 도서관이 들어가는 사우스사이드 시카고 잭슨 파크는 1893년 시카고 박람회가 열렸던 곳이다. 또한 이곳은 시카고대(1890년 설립)와 인접해 있다. 박람회용 건축물은 이벤트가 끝나고 대부분 철거됐지만, 박람회장은 잭슨 파크와 미드웨이 파크로 남았고, 시카고대는 확장됐다.

이후 사우스사이드로 흑인이 유입되며 백인들은 빠져나갔다. 오바마는 여기에서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이곳에서 미셸을 만났고, 두 딸을 낳았으며, 상원의원과 대통령이 됐다. 오바마 도서관의 설립지가 오바마 출생지인 호놀룰루가 아니라, 시카고로 선정된 이유다.

사우스사이드 시카고는 북쪽 백인 마을에서 풍기는 부촌 인식과 달리 남쪽 흑인 ‘우범지역’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시 정부와 대학 본부는 이곳의 환경 개선에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과거보다는 이미지가 많이 좋아졌지만, 오바마 도서관 완공이 가져올 변화는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클린턴 도서관이 아칸소주 리틀록 강변에 1억6500만 달러를 들여 건립된 후 첫 10년 동안 지역 경제에 20배 넘는 경제효과를 가져다줬다. 이를 감안하면 5억 달러짜리 오바마 도서관이 가지고 올 이곳의 변화는 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잭슨 파크는 호반에 평행하다. 파크에서 녹지 공원 띠인 ‘미드웨이’가 수직으로 뻗어 나온다. 시카고대는 미드웨이를 기준으로 북쪽에서 시작해 오늘날에는 남쪽까지 캠퍼스를 확장했다. 미드웨이는 시카고대의 앞마당일 뿐만 아니라 사우스사이드의 중심 마당이다. 도서관은 수변 공원의 연속성을 고려해 건물을 미드웨이 편에 두었고, 저층 지붕에 루프가든을 둬 수변 공원과 연결했다.

도서관의 건축적 특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도서관의 많은 기능을 주변 수변과 녹지를 고려해 지하에 둔 점이다. 다른 하나는 55m 높이의 타워를 둔 것이다. 대통령 도서관으로 타워를 건립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넓게는 ‘원조 마천루 도시’ 시카고를 의식한 점도 있지만, 좁게는 미드웨이를 따라 있는 시카고대의 고딕 타워들과 최근에 TWBT가 예술학과에 완공한 로건센터 타워와 무관하지 않다.

TWBT는 로건센터 타워를 지으면서 ‘수직 도시 & 수직 골목길’이라는 개념을 썼다. 오바마 타워는 한 걸음 더 나간다. 타워는 기도하는 손 모양을 따서 만들었다. 타워는 사람의 희망을 기도하며, 인류의 화목을 축복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오바마의 정치이념은 ‘포용’이다. 인종뿐만 아니라 나이와 남녀 문제도 포용한다. 또한 인류와 자연의 화목과 지속을 포용한다. 도서관은 이 가치체계를 건축한다. 도서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를 받으며 그의 재임 기간에 완공될 예정이다.

오바마 도서관은 미시간 호수의 수변이고, 잭슨 파크의 중심이며, 미드웨이의 시작점이다. 호수는 시카고의 수원(水源)이고, 파크는 역사이며, 미드웨이는 미래이다. 도서관은 시카고 수변을 더 살릴 뿐만 아니라 잭슨 파크의 건축적 역사성을 이어가고, 사우스사이드를 멋진 동네로 바꾸게 될 것이다. 이것이 오바마 도서관의 지향점이다.

이중원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